최근 전북도가 친일 행적이 밝혀진 역대 도지사 2명의 사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제 11대 임춘성은 1937년 중·일 전쟁이 일어나자 전시 업무를 적극 수행한 공로로 일재로부터 ‘지나사변공로자공적조서’에 이름이 올랐다. 제12대 이용택은 만주 항일유격대를 괴멸하기 위해 만든 친일조직 ‘만주국협화회의 동남지구특별공작후원회’의 강사로 참여했고, 후원 성금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둘 모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다. 전북도는 대회의실에 역대 도지사 자격으로 걸려 있던 두 사람의 사진을 철거했다. 전북경찰청도 한때 친일 청산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역대 경찰 국장의 사진을 홈페이지에서 내린 이후 친일 청산이 아니라 ‘권위적인 문화 개선의 일환’이라고 해명하면서 친일 청산 의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각 전문 영역에서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 가운데 친일 인물이 많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전북에서도 많은 인물들이 친일 행적으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당 서정주와 채만식이 대표적이다. 둘 다 한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출한 인물이지만 친일 행적으로 말미암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의 문학적 성취를 말해주듯 각자 고향에 문학관이 세워져 업적을 보여주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년 가을 민족문제연구소가 고창 미당문학제를 반대하는 시위를 계속하는 이유도 친일 청산이 문학적 성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회 각 분야에서 친일 청산은 더디지만 꾸준히 진행돼 왔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김연수의 아호가 걸린 전주종합경기장 ‘수당문’ 현판이 철거됐고 김은호 화백의 장수 의암사 ‘논개영정’과 진주성 의기사 ‘논개영정’도 이미 철거됐다. 이번에 전북도가 친일 행적 도지사의 사진을 제거한 일은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시대정신을 실천한 사례다. 또한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를 적극 수용했다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여기가 끝이 아니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친일 잔재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시민단체들과의 공동 조사와 논의를 통해 아직 청산하지 못한 일제 잔재를 찾아내서 없애는 일은 중요하다. 친일 청산 시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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