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강살리기익산네트워크대표

올 한해 동구밖 길을 환하게 만들어 주던 금잔화 꽃길이 된서리를 맞은 뒤 마른 가지로 겨울을 맞았다. 모처럼 휴일에 갓길로 늘어진 마른 가지들을 모두 제거하였다. 예쁜 꽃도 한철이다. 시들어진 꽃은 바로바로 정리를 잘 해주면 지나는 사람들의 눈은 즐겁다. 특히 마을 공동체 안에서는 이런 부지런함이 덕이 된다.
  깔끔한 마무리에 기쁨도 잠시! 바로 옆 대나무 숲 안에 버려진 가전 쓰레기들이 가히 충격적이다. 모두 다는 아니지만 시골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이라면 이런 광경은 낮 설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어린 시절 시골에서는 사기그릇이나 단지가 깨지면 대나무밭에 버렸다. 물론 당시엔 지금처럼 다양한 폐품과 쓰레기가 적었었기에 쉽게 행해지던 투기 방법 이였을 것이다. 년 초에 우리 마을은 에너지 자립마을을 선언하고자 준비하는 가운데 달포전 지병으로 안타깝게 타개(他界)하신 우리동내 이장 찬호형님과 환경개선을 위한 마을 주변 숲속을 자체조사 한 적이 있었다. 40가구에 불과한 이 작은 마을에서 어림잡아 70여대의 TV와 냉장고 등 가전 쓰레기가 버려져 있음을 보고 안타까워하던 찬호형님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작은 마을 주변 숲을 살펴본 현상이 이 정도이니, 과연 대도시의 폐가전은 얼마나 배출될까? 현대사회는 상품 유통방식과 소비행태가 다양해지고 급속하게 진행 되니 변화의 속도에 따른 그 수량과 처리를 생각해보면 머리가 아프다. 우선 가까이 집안에 쳐박혀 있는 가전 쓰레기를 점검해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 처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집 안에 먼지에 쌓여 있다가 불법폐기 하거나 운 좋으면 고물장수에게 떠넘기면 다행이다.
  수년전 인도뉴델리를 여행할 때 가이드가 한국산 전자제품 많이 수입된다는 안내를 듣고 도시의 한국산 가전들을 보며 일행들이 으쓱했는데 변두리 빈민가의 폐품처리장에 한국 등에서 들여온 수입쓰레기 처리를 둘러보는데 안내 말미에 “제발요 물건을 생산한 곳에서 폐품 처리해 주길 한국기업들에게 부탁합니다.” 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우리도 급속한 산업발전 이전에 우리세대의 기억 가까이 선진국의 쓰레기자원을 수입하던 때가 있었다. 쓰레기더미에서 폐품을 자원화 하려고 폐전선을 태워 구리를 구하고 수입폐지에서 외국잡지를 쉽게 구하던 추억이 있다. 지금은 역전되어 오히려 우리가 만들어낸 산업쓰레기를 제3세계의 가난한 국민이 처리하고 있다. 우리도 가난했던 시절에 그랬으니 그들도 당연히 겪는 과정일까? 그들의 가난을 담보로 처리하는 지금의 산업폐기물은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 받았던 예전 쓰레기에 비해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독성이 강하고 치명적이다. 오늘날의 지독한 폐가전과 재활용문제는 전 지구적인 과제이다 보니 우리나라도 환경부의 법령인 약칭[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근거로 분리수거와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자체들도 노력하고 있다. 십여 년 전 시작된 서울시의 재활용가전의 무상수거 공공조합의 출발이 이제는 우리 지방까지 전국으로 확대되어 가는 추세이지만 보다 더 적극적인 정부 정책의 지원과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오늘도 나는 미디어를 통해 또 새로 나왔다는 신들린 스마트폰과 화려한 디자인의 전자제품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다! 고장도 없는 멀쩡한 휴대폰을 갈아치운 나의 부끄러운 손에 꼭 붙들려진 신상 스마트폰 그 배후에 처절한 가난과 치유할 길 없는 인류의 환경파괴가 숨어 있음을 깨달을 날이 언제일까?
  조각 종이 한 장과 도막 연필 하나며 소소한 노끈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지 아니하시던 성자 소태산은 아무리 흔한 것이라도 아껴 쓸 줄 모르는 사람은 가난하고 천한 삶을 살게 된다는 진리를 가르치셨다. 흔한 것이 물이지만, 까닭 없이 함부로 쓰는 사람은 언제든 물 귀한 곳에서 반드시 물 곤란을 겪게 된다 하여 한방울의 물도 귀히 여기셨다.  일찍이 물질이 넘쳐나는 세상을 예견하고 정신개벽을 강조하던 성자를 말하지 않더라도 이제 우리는 지구촌의 미래를 위해 정신을 차리자. 꽃이 지면 즉시 잘 치워주어야 덕이 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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