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방경찰청이 친일 잔재 청산으로 알려진 경찰국장 8명의 사진 철거에 대해 '과거사 청산'이 아닌 '민갑룡 청장의 경찰 조직 내 권위적인 문화 개선의 일환'이었다고 언론보도 이후 입장을 바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찰 내부에 과거사 청산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5일 전북경찰은 전날까지 친일행적이 뚜렷한 경찰국장 8명의 사진을 홈페이지에서 내렸다가 이날 오전 다시 게시했다.

또 전북청 홍보관에 있던 국장들의 사진을 철거한 것도 지난해 8월 민갑룡 청장의 ‘경찰 내 권위적인 문화 타파’에 대한 직원들의 “관‧서장의 사진이 권위적이다”는 의견을 반영해 지시한 사항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전북경찰 관계자는 “친일 행적이 뚜렷한 경찰국장 사진 철거가 언론에 보도되자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홈페이지에서 내렸다”며 “이들 국장이 재임한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 판단해 다시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8월 권위적인 조직문화 개선 차원에서 경찰국장들의 사진을 모두 떼어낸 것이지 친일 행적이 뚜렷한 이들을 따로 철거하는 일재 잔재 청산을 위한 조치는 아니다”며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경찰 내 친일 청산 의도와는 무관하게 전국지방청에서 진행된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임시정부 수립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경찰청에서 임시정부 100주년 TF팀을 운영해 독립유공자와 독립운동가 경찰관 발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경찰 내부에서 과거사 청산은 진행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여러 언론을 통해 일재 잔재 청산 조치라고 밝힌 전북경찰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김재호 전북지부장은 “이번 조치가 경찰의 권위주의 타파의 일환이었다고 밝히면서 경찰 내부의 친일 문제 청산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은 점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일본에 부역했던 경찰들이 광복 이후 다시 경찰로 활동했던 역사를 가진 것에 대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이 시기에도 명확한 자기 입장을 갖지 않는 경찰에 더는 기대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친일인명사전에 실린 친일 행적이 뚜렷한 경찰국장의 사진을 철거하라고 요청했다”며 “철거가 힘들면 해당 경찰국장이 일본에 부역했다는 표시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내부적으로 논의하겠다’, ‘지방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주고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까지 경찰국장의 사진이 철거되지 않아 기자회견을 통해 공론화하려고 했는데 경찰에서 ‘철거하고 있으니까 기자회견을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해서 경찰이 과거사 청산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이제와서 과거사 청산이 아니라고 입장을 바꾸는 것을 보니 경찰은 시민 사회단체의 말을 듣지도 않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경찰 내 과거사 청산에 대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친일의 역사를 가진 경찰 흑역사를 숨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전북경찰 관계자는 “경찰청 담당 부서와 전날 통화를 통해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연락을 받아 바로 잡기 위해 입장을 바꾼 것”이라며 “친일의 역사를 숨기기 위한 의도는 아니다”고 답변했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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