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미소

오피니언l승인2019.12.04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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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국민연금공단 
 
지난 8월, 아버님께서 육종암 진단을 받았다. 평소 복부에 혹이 만져져서 진료를 받았는데 종양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단순한 종양이라 제거만 하면 별탈이 없을 것이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조직검사를 하니 뜻밖에도 육종암이었다. 그것도 말기에 가까운 4기였다.
 평소 잔병치레 하나 없이 건강하셨던 아버님의 암 진단은 가족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평생 수술 한 번 받은 적이 없던 건강 체질이라 누구도 아버님의 건강을 걱정한 적이 없었다. 더구나 우리 가족에게 든든한 언덕인 가장이었기에 많이 당황해 했다.
 암 진단을 받고 행동하시는 모습을 보고 가족 모두는 더욱 놀랐다. 너무도 의연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놀라거나 좌절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버님은 의사가 지시하는 대로 그냥 담담히 따랐다. 분명 당신이 제일 힘들고 아파할텐데.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생활하는 모습이 가장이라는 무게 때문에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많이 아팠다.
 아버님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해박하셨고, 주변 지인들과의 모임도 활발히 하셨다. 몸은 70대이었지만 40대인 나보다 더 사회생활을 왕성히 하셨다.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가졌고, 자녀와 며느리에게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으시는 멋진 가장이셨다. 또한 경치 좋은 곳에 가시면 그냥 넘기지를 않았다.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내게 보내주셨다. 음식이 맛있다는 소문만 들어도 그곳을 데려가 주셨다.
 아버님은 특히 나의 직장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국민연금 관련 뉴스는 빠짐없이 보셨다.  특별히 언론에서 나쁜 기사를 보면 내게 힘내라는 메시지로 격려해 주셨다. 정말 자상하고 다정다감하신 분이다. 그런 아버님을 나는 어른의 표본이라고 생각했다.
 육종암은 희귀병이라 여러 방면으로 알아봐도 정보가 부족했다. 인터넷을 확인을 해도 정확한 정보를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주변 지인들이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라고 입을 모았다. 지방 병원보다 서울의 의료진들이 동일한 질병 환자들을 많이 접해보았기에 치료도 낫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서울에서 다시 검사를 받고 치료도 하시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아버님과 가족에게 말씀드렸다.
 아버님께서는 가족의 뜻에 따라 서울의 유명한 병원에서 재검을 받으셨다.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그곳 의사는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최소 6주 동안은 통원 치료를 권했다. 아버님은 의사의 말에 망설이다가 지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방 병원에서 설명을 들은 치료 방법과 같다며, 꼭 서울에서 받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을 하셨다. 아버님은 처음 수술을 받으셨던 병원에서 추가 수술과 방사능 치료를 지방에서 하게 되었다.
 아버님은 지방 병원에서 종양 주위를 추가로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방사선치료를 시작하셨다. 항암치료는 체력이 좋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걱정을 했는데, 감사하게도 아버님께서 아직은 후유증 없이 잘 치료를 받고 계신다. 가족이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웃음도 보내 주셨다.
 지난주, 시댁에 들렀다. 아버님의 건강이 염려가 되어 요즘 자주 간다. 나는 거실에서 벽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에 자꾸 눈길이 갔다. 3년 전, 칠순 잔치 때 찍은 가족사진이다. 아버님은 칠순에 가족끼리 식사만 해도 되는데 잔치까지 하냐며 염려하셨다.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였다. 아버님을 설득하여 뷔페식당을 빌려 아버님 친구와 친지를 초대하여 행사를 했다. 아버님은 행사 내내 미소가 가득했다. 나는 한복을 입고 손님을 맞이했는데 아버님이 내 모습을 보고 많이 좋아하셨다. 그때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가장 잘 나온 가족사진을 거실 중앙에 걸어두었다. 같은 사진인데 아버님의 건강이 생각하면서 보면 사진은 느낌이 달랐다. 아버님의 미소는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잠시 아버님의 따뜻한 미소를 오래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최근, 아버님 투병을 이유로 몇 달 동안 가족 여행을 가지 못했다. 이번 주말에는 인근 가까운 유원지에서 케이블카라도 타고 와야겠다. 그렇게라도 투병생활에 지친 아버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 드리고 싶다. 그리고 근처의 맛 집을 찾아 이제는 내가 아버님께 식사를 대접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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