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진동 법조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구 법원·검찰 부지 일대 상권 붕괴가 우려된다.

3일 전주지법·지검이 떠난 덕진동 사평로 25 인근은 거리를 다니는 행인조차 없어 한적하다 못해 적막했다.

한 식당은 점심 장사가 한창인 정오 시간에도 거리에 세워둔 입간판을 정리했다. 이전에는 점심시간이면 법원과 검찰 직원들로 북적이던 곳이었지만 이날은 점심 장사조차 포기한 모습이다.

십여 년째 장사를 해오던 주인은 “법원·검찰, 변호사 등 주요 손님들이 떠나니 답이 없다. 만성동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여력도 없고, 이제는 늙어 힘도 없다”면서 “거리를 돌아보면 알겠지만 법원·검찰이 떠나니 변호사와 법무사 사무실도 속속들이 이전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식당 주인의 푸념대로 구 법원·검찰 부지 사평로 25 600여m 구간에는 이전을 알리는 안내현수막과 임대현수막이 건물마다 내걸렸다.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에도 변호사·법무사 사무실 10여 곳이 들어선 5층짜리 건물에서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건물 외벽에 붙어있던 변호사 이름을 내건 간판은 제자리에서 띄어져 화물차량 짐칸에 볼썽사납게 팽개쳐졌다. 간판이 붙어있던 외벽에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그간의 세월을 드러냈다.

임대료, 지역 내 기존 덕진동 법조타운 인식 등 변호사·법무사 사무실 이전이 소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과거 분석과 달리 사무실 이전은 삽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근에 있던 ‘법원지점’ 금융기관 역시 문을 닫고 덩달아 만성동으로의 이전을 알리고 있다.

‘외딴섬’으로 전락한 구 법원·검찰 일대는 오후 6시 퇴근시간 이후에는 상황이 더 악화돼 불빛조차 찾기 어려운 지경에 내몰렸다. 이 같은 쇄락의 분위기는 하천과 도로를 놓고 백화점·대학을 앞세운 상권이 인접해 있어 그 차이를 극명하게 내비추고 있다.

구 법원·검찰 일대는 공동화 현상을 보이는 지금의 모습과 달리 42년 전인 1977년 법원·검찰이 경원동에서 이곳으로 이전함에 따라 변호사·법무사 사무실 등 일대 법조타운이 형성, 사법서비스의 요충지 역할을 했다. 법원과 검찰을 상대로 한 상점가도 자연스럽게 뒤따라 들어서면서 상권도 형성됐다.

과거 영광과 달리 현재 이곳 상인들은 상권 붕괴에 따른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만성동으로의 입주는 요원한 상태다. 이들의 바람은 법조삼현 기념관 등 도시재생 개발 사업이 하루빨리 이뤄지는 것이다.

구 법원·검찰 부지 2만6000㎡는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지로 선정됨에 따라 개발을 앞두고 있다.

전주시와 기재부, LH는 전주시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문화원형콘텐츠 체험·전시관과 법조삼현 로파크 유치에 대한 협의를 마친 상태다.

창업지원주택, 혁신성장 공간 조성은 시와 기재부가 이견을 보여 연말 국회 예산 결정에 따라 향배가 결정된다.

시 관계자는 “국회 예산 최종 심의를 연말 앞둔 만큼 사업 방향은 내년도 예산 확정 이후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개발 사업은 법원·검찰 부지에 대한 공동화 현상이 우려되는 만큼 사업 방향이 조정되는 데로 내년 1월과 2월 사이 협약을 맺고 조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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