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학령인구는 주는데 대학은 많은 상황, 지역대학들이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택한 건 통합이다.

대학 간 중복 투자하고 불필요하게 경쟁하는 대신 힘을 모아 특성화하자는 것. 위기의식을 느낀 지역 국립대학들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고, 전북대와 익산대학은 2007년 11월 두 대학 통합을 교육부에 승인받기 이르렀다.

이듬해 3월부터 오늘날까지 통합 10년을 넘긴 전북대는 계획한대로 특성화를 이뤘을까. 과정과 성과를 살핀다.

 

▲ 통합 배경은

2000년대 초반 인구변화는 예고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청소년통계를 보면 2005년 18세 이하 인구 비율은 24.7%로 1965년 51.3%보다 절반가량 낮아졌다.

대학 입학자원은 2006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2012년 약간 상승한 뒤 급격히 감소해 2020년에는 현재 3분의 1수준이 될 거라 내다봤다.

정부는 국립대 통폐합을 통한 입학정원 감축 방향을 내놨고 대학들은 통폐합을 진행했다.

강원대와 삼척대, 강릉대와 원주대. 경북대와 상주대, 전남대와 여수대, 부산대와 밀양대, 공주대와 천안공대가 그 예다.

전북도 상황도 다르지 않았는데 도내 인구와 고교생 수가 줄고 도내 학생의 수도권 유출이 늘어 대학 입학지원자 수가 감소했다.

2006년 당시 도내 학생 71% 가량이 군산 김제 익산 전주에 몰려있는 것도 위기감을 더했다.

 

▲ 통합 과정은

전북에선 전북대와 익산대학이 논의했다. 통합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익산 캠퍼스를 수의학과 농생명으로 특성화하고 비슷한 학과를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게 관건일 터.

익산대학에는 공과대학과 농과대학이 있고 두 단과대학은 전북대에도 존재했다. 공대는 전주캠퍼스로 모아 더했고, 농대는 전주(농업생명과학대학)와 익산(환경생명자원대학) 캠퍼스로 차별화했다.

익산에는 환경생명자원대학을 신설했다. 이를 위해 생명공학부, 환경자원학부, 생명자원유통경제학과 2개 학부 1개 학과 정원 210명을 계획했다.

생명공학부는 기존 바이오식품공학에 새로 마련한 생명자원소재공학, 환경생명공학을 더해 3개 전공이다. 환경자원학부는 한약자원학, 환경조경디자인학 2개 전공이다.

이리농과대학에서 시작해 1960년대 전주 캠퍼스로 옮겼던 수의과대학도 다시 익산으로 향하기로 했다. 수의대가 이전할 2013년에 맞춰 이름도 익산캠퍼스에서 특성화캠퍼스로 바꿨다.

이후 익산캠퍼스에는 2009년 LED농생명융합기술센터, 2013년 LED식물농장, 2015년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들어섰다. 수의대는 예정보다 2년 늦은 2015년 자리를 잡았다.

 

▲ 통합 어려움은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인구절벽에 대비하고 대학 경쟁력을 고려했다곤 하나 수도권 및 사립대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지역대학 정원을 줄이는 데 그칠 거란 우려가 컸다.

해야 한다면 한 몸이 되는 화학적 통합을 일구고 캠퍼스별 특화해야 했다. 그러려면 두 대학은 물론 양 지역 사이 충분한 대화와 구체적 협의가 필요하나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쉽지 않았다.

실제로 앞서 통합한 다른 지역에선 두 대학 간 유사한 학과가 각자 존재하거나 거리상 멀어 다시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규모가 큰 지역으로 가려는 학생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에선 공동화 현상이 벌어졌다.

전북의 경우 농대가 전주와 익산 두 곳에 있어 익산캠퍼스가 소외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수의대가 익산에 온다 한들 전처럼 전주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기숙사 신축 예산을 제 때 확보하지 못하고 학생과 학부모 반발이 커지자, 수의대 이전이 2년 미뤄진 것도 걱정을 키웠다.

 

▲ 통합 현황은-환경생명자원대학

통합 10년을 넘어선 오늘날, 익산캠퍼스는 계획대로 수의대와 농생명에 주력하는 중이다.

현재 환경생명자원대학은 1개 학부 2개 학과다. 이 가운데 생명공학부는 명칭처럼 환경과 생명을 하나의 학문영역으로 발전시키는 국내 유일 융복합체계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생명공학부 한 교수는 “교수들은 연구실, 실험 준비실, 실험실 3개 공간을 쓰는데 우리 학부 교수들은 연구실 빼곤 다 공유한다. 어떤 전공이든, 실험이든 실험대를 쭉 펼쳐놓고 기계장비를 함께 쓴다”며 “국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뿐 아니라 자기 폐쇄성을 탈피, 스승 제자할 거 없이 누가 어떤 실험을 하는지 안다. 학문 간 융복합이 자연스레 이뤄지고 질 좋은 논문이 많이 나온다”고 설명한다.

그는 “단과대학을 새로 만들고 교수도 거의 새로 뽑다보니 ‘원래 어느 대학 교수다’ 뭐 이런 거 없이 한 대학 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가장 큰 성공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생태조경디자인학과에선 삶과 환경보존 중요분야를 설계, 시공, 연구하고 한약자원학과에선 모든 동식물 먹을거리 중심으로 인간 식문화를 한방과 연계, 개척한다.

환경생명자원대학은 익산에 위치한 국가식품클러스터와 함께 대한민국 먹거리를 고민할 전망이다.

 

▲ 통합 현황은-수의과대학

전북대 수의과대학은 최근 2년 간 수의사 국가고시 전원합격과 수석 배출, 수의과대학 내 가금류질병방제연구센터 및 생체안정성연구소의 대학중점연구소 선정 같은 성과를 거뒀다.

2019년 전북대 기획처 학과평가에선 자연계열 59개 학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성화캠퍼스에는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동물의료센터, 야생동물구조센터, 동물질병진단센터, 실험동물센터, 생체안전성 연구소가 설치 운영돼 동물 건강, 관리, 영양은 물론 사람에 미치는 영향까지 한데 살핀다.

아시아 최대 규모 동물 실험이 가능한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동물 실험을 통해 광우병, 메르스, 신종플루 등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전염될 수 있는 전염병 분야를 연구한다.

전북도가 내년부터 2022년까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부지를 활용, ‘동물용의약품 효능 안전성 평가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라 이후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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