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자연이 풍부한 고창은 그만큼 볼 것이 굉장히 많다. 그 중에서도 고창의 늦가을 풍경은 어느 지역보다도 뛰어난 아름다움을 뽐내 이맘때쯤이면 일부러라도 고창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문수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문수사는 물이 맑으며 숲이 좋은데 반해 인적이 드물어 오염이 전혀 되지 않은 곳이다. 그곳에 가면 늦단풍과 낙엽이 수북이 쌓인 낭만의 길을 걸을 수 있다.

문수사는 산의 서쪽 방향이라 아침나절은 역광이지만 오후가 되면 부드러운 햇볕을 받아 따스함이 전해온다. 간밤에 내린 겨울비를 촉촉이 머금은 단풍과 낙엽이 조화롭다.  신기마을 입구에서 100여m 올라가면 주차장이 있는데 문수사를 찾는 관광객이 기하급수로 늘어 신기마을 위쪽에 커다란 주차장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관광버스로 문수사를 찾은 분들은 그곳에서 일주문까지 약 600m, 일주문에서 문수사까지 약 400m 등 총 1km를 걸어야 하는데 승용차로 왔다면 일주문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돼지열병 방역으로 주차장 입구에서 사찰 관계자 외 출입을 금하고 있으니 가기 전 숙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문수사가 유명한 이유는 백제 의자왕 4년(644년)에 자장율사가 지어 1400여년이 다 된 고찰이라는 점도 있지만 수령이 100~400년으로 추정되는 단풍나무가 천연기념물에 지정됐고 문수사까지 기다란 숲을 이뤄 발길 닿는 데마다 단풍 자국이 날 만큼 아름드리 단풍이 장관이고 절경이기 때문이다.
단풍이 한창일 때는 이른 아침 햇살이 단풍나무를 타고 줄달음질 칠 때를 기다리는 진사님들이 단풍나무 숲 가득해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가을비에 소슬하니 바람 타고 한껏 물오른 애기 단풍이 아기 볼처럼 발그레하니 번져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는 길마다 단풍 이불이 바스락 바스락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재미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바람이 부는 데로 이리저리 흩날리더니 단풍 낙엽이 산이 되어 향기롭기마저 하다.
봄에 싹을 내고, 여름이면 녹음으로 눈이 시원하더니 가을이라 이제 가야 될 날을 알고 붉게 물들여 온몸이 가벼워지더니 작은 바람에도 부스스 흩날리는 모습이 진정 아름다울 정도다.
초록 숲에 햇살 닿아 불씨 일어나면 후 불어서 단풍 바람을 일으켜보면 불씨 꺼지기 전에 후후후 불어서 큰 불씨를 만들면 큰 노을처럼 멋진 단풍이 일어난다. 불씨가 날아간 곳마다 예쁜 꽃불이 일어나고 점점 번져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가롭게 올라가는 길 오가며 굴러다니던 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돌탑을 만들어 바람이랑 숨바꼭질하고 장난기 많은 낙엽은 바람과 술래잡기하듯 늦가을의 정취를 연출한다.
단풍나무숲은 천연기념물이어서 들어갈 수 없는데 일주문부터 계속 나무 울타리로 경계하고 있다. 바닥이 낙엽 이불을 펴 놓은 듯 온통 낙엽으로 뒤덮여있다. 일주문에서 문수사 경내까지 낙엽만 밟고도 갈 수 있을 정도이다.
평일 오전이지만 많은 사람들 1km 정도를 걸어서 문수사에 올 만큼 문수사 길을 늦가을 최고의 인기 명소 중 한 곳이다. 보행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단풍에 취해 사뿐사뿐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법회가 있는 날이면 일주문에서부터 스피커를 통해 독경 소리가 문수산에 울려 퍼져 늦가을 산행의 또 다른 정취를 만들어낸다.
문수사 당우는 모두 맞배지붕이지만 범음각은 팔작지붕이다. 맑고 깨끗한 음성이란 뜻인 범음(梵音)은 곧 부처님의 음성이다.
문수사 대웅전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힘이 넘치는 맞배지붕으로 1823년과 1876년 중수했다고 한다. 전라북도 시도유형문화재 제51호로 내부에는 목조석가여래좌상을 주불로 대세지보살좌상과 관세음보살좌상이 좌·우 협시불이다.
주불전인 문수전은 전북 시도유형문화재 제52호로 문수사 창건설화에 나오는 석불인 문수보살이 있다. 오른쪽으로 기도를 드리는 야외법당이 있는데 그쪽으로 문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쪽을 바라보고 지은 전각이지만 내부에 있는 문수보살석상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어 그쪽에서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문수사에는 대웅전과 문수전을 비롯해 명부전, 나한전, 요사채 등 여러 건물이 좁은 공간에 밀집했는데 대웅전 앞에 석탑이 없는 것도 이채롭다.
문수사 단풍나무 숲은 오래전부터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단풍명소로 사진을 통해 입소문을 타다가 2005년 천연기념물 제463호(고창 은사리 단풍나무 숲)으로 지정됐는데 문수산 깊숙한 계곡에 자리해 교통이 불편해 내장사 등 전북의 다른 유명 단풍지보다 훨씬 적게 알려졌다./김대연기자·red@/자료제공= 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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