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논의로 정가가 뜨겁다. 패스트트랙이라는 말은 법에 없는 표현이다. 국회법 제85조의 2에 안건의 신속처리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위 법에 따라 특정 안건의 입법을 신속한 절차로 진행하는 것을 패스트트랙이라 말한다.
올해 4월 25일 특정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으려는 자유한국당측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이 국회 7층 의안과 정문을 물리적으로 점거했다. 법안을 접수하려면 물리적 점거를 뚫어야만 했고, 더불어민주당측 국회의원들은 법안을 들고 의안과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진 위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정의당·국회 경호기획과 관련자 수백명이 뒤엉켰고, 여러 사람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후 양측의 고소·고발이 이어지며, 반년이 넘는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느 일방의 행동으로 발생한 물리적 충돌로 보기 어려웠음에도 양측은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기에 바쁘다.
위 법안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공수처 설치는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이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입법 과정에 있어 양측은 어떤 형태로든 충돌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정작 패스트트랙 물리적 충돌 사태는 이후 법안의 전자접수로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되었다. 본건이 최초의 전자접수 사례이었기 때문에 사전에 절차를 몰랐던 양측의 무지로 불필요한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충돌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이 부상을 당했고, 그 피해에 대하여는 누군가는 법적 책임을 부담하여야만 한다.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당의 지시에 따랐던 누군가는 어떤 관점에서는 억울한 가해자가 될 수도 있겠다. 
패스트트랙 절차는 2012년 5월 국회 내에서의 불미스러운 물리적 충돌을 사전에 차단할 목적에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주도로 입법되었다. 공수처법과 같이 찬반 대립이 첨예한 사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고자 만들어진 법률이고, 무엇보다 패스트트랙은 내용이 아닌 절차의 문제이다.
신속하게 처리되는 만큼 지정요건은 엄격하다. 국회 재적의원의 2분의 1 이상이나 소관 상임위원회의 2분의 1이상의 찬성으로 지정을 요청하고, 재적의원의 5분의 3이나 상임위원회의 5분의 3이상의 찬성으로 지정된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이 되면 지정된 법안 심의 과정에서 유보되지 않고 자동 처리되어 본회의에 상정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가 본인의 사명이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회는 특정인 내지 특정 정당이 폭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으로 의사를 관철하는 곳이 아니다. 특정 정당만이 선(善)이고, 나머지는 절대 악(惡)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공간도 아니다.
국회는 입체적이고, 변화하는 공간이다. 찬성하는 비율이 5분의 3 이상이 되지 않도록 다른 정당·국회의원과 토론하고 설득하는 것이 국민과 헌법이 허락한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 사실을 잊는 순간 패스트트랙 열차는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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