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지난 22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조건부연기를 통해 대화를 재개하고 한일정상회담까지 추진키로 합의했지만 벌써부터 아직도 여전한 상호불신의 벽으로 인해 과연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대고 있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결정이 있은 직후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며 완벽한 일본의 외교적 승리라는 발언과 보도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청와대는 24일 아베총리는 지도자의 양심을 갖고 되돌아 봐야 한다고 일본의 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이러면 협상진전은 어렵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양국이 긍정적 합의점을 찾기 위해 합의한지 하루 만에 협상배경을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빠르면 이번 주부터 수출규제협의가 개시되고 양국 외교장관들이 다음 달 하순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때 별도 정상회담을 갖자고 까지 합의한 것은 실익 없는 싸움에서 이제 한발씩 물러설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한국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던 일본의 3개 핵심소재 수출규제조치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비상조치, 수입채널 다변화, 국산화노력 등에 힘입어 5개월 동안 생산에 전혀 차질이 없었다. 오히려 일본의 대한 수출실적은 급감했지만 한국의 대일 수출적자 규모는 큰 폭으로 줄었다. 여기에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 우려 역시 직간접 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금의 상황의 지속이 결국 양국에 상처만 줄 것이 분명해진 만큼 대화의 필요성에 양국의 공감대가 형성됐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국은 자존심 구기지 않겠다는 실효성 없는 명분에 집착하면서 분위기는 흐리다. 일본은 수출규제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여전히 당장 변화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과 관련된 우리 대법원 판결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 역시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화가 중단되는 파국으로 이이지진 않겠지만 아직도 난제는 적지 않음을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이제 한고비를 넘겼다고 할 만큼 첩첩산중이지만 평행선을 달릴지언정 대화는 유지돼야 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양한 협상 카드를 통해 우리 입장을 관철시키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담은 더욱 철저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승자 없는 싸움이지만 끝은 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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