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문화가 '복고 열풍'이란 말이 있다. 옛 문화와 패션 등이 다시 유행을 타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끊이지 않는 유행병도 있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이 그것이다. 이에 더해 올해는 아프리카 돼지열병까지 국내 축산농가를 긴장시켰다. 그런데 최근 13~14세기 유럽에서 대유행했던 페스트 환자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흑사병으로 불리는 페스트 환자 2명이 발생해 격리됐고, 다시 1명이 추가로 발생해 중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감소시킨 최악의 전염병이다.
페스트는 천연두처럼 사라진 질병이 아니라고 한다. 페스트는 풍토병 형태로 축소됐을 뿐이다. 실제 1990년대 이후 주로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5녀까지 전 세계적으로 3,2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58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페스트 환자 2,384명이 발생해 207명이 숨졌다. 중국만 보면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페스트 환자가 10명 발생해 5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선 페스트 환자가 발생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의 관심이 급증한 것이다.
페스트는 세균 감염병으로 페스트 균(Yersinia Pestis)이 일으키는 전염병인데, 일반적으로 햇빛이나 소독제 등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토병 지역에서 감염된 쥐벼룩이 병균을 전파하는 주범이다. 또 페스트 환자가 기침할 때 뿜어내는 침방울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하니 사람과의 접촉이 걱정된다.
감염된 쥐벼룩이 옮기는 림프절 페스트는 잠복기 1~7일 뒤 물린 곳 주변으로 통증을 동반한 부종이 나타나고, 발열, 오한, 근육통,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때로는 극심한 피로와 함께 심장이 빨리 뛰는 빈맥이 생길 수 있다. 방치했을 경우 패혈증 페스트로 사망할 수 있다. 호흡기관인 폐가 직접 감염된 경우는 '폐 페스트'라고 하는데 잠복기가 1~4일에 기침이나 호흡곤란, 흉통 등 폐렴 증세가 특징이다. 치료가 지연되면 림프절 페스트는 사망률이 50~60%, 폐 페스트와 패혈증 페스트의 경우 30~100%다. 침방울로 전염되는 폐 페스트는 치료해도 치사율이 30~50%로 높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왕래가 많기 때문에 중국 내 페스트 발생지역을 여행할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에 환자 발생이 추정되는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는 페스트 풍토병 지역에 해당한다. 불가피하게 방문할 경우 주변에 살충제를 뿌리고, 쥐 등 야생동물이나 사체를 만져서는 안 된다. 아무튼 문화와 함께 병도 돌고 도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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