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북지역 총선 출마예정자들의 출판기념회·북콘서트가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다.
정치인들이 작가로 변하는 것은 대개 선거를 앞두고서다. 출판기념회와 북콘서트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 판매 수익금 명목으로 후원금도 모을 수 있어 출마예정자 입장에선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이벤트성 행사를 두고 건전한 후원금 모집 활동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마지못해 눈도장을 찍어야 하거나 ‘보험’을 들어야 하는 공직자나 기업인들에게는 괴로움이고 민폐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공존한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출판기념회는 법적인 문제는 없다. 개인 후원금은 정치자금법 규제를 받지만, 책값 명목의 축하금품은 기부 행위로 간주되지 않고 있어 책값 명목으로 출마 예정자들에게 돈 봉투가 전달되지만 얼마가 들어있으며 누가 냈는지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깜깜이다. 공적 영역에서 직무 청렴도를 높인다는 법의 취지를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출판기념회가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자 행사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이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 그것이다.
개정안은 1인당 1권으로 판매 제한, 정가 이상 판매 금지, 행사 후 30일 이내에 수입·지출 명세 회계보고 의무화, 출판기념회 개최 사흘 전까지 관할 선관위 신고 등의 내용을 포함했지만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출판기념회 행사장에는 선관위 직원들도 배치돼 불법행위를 감시한다지만 책값을 과다하게 내는 행위 자체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단속 실적 또한 거의 없다. 다시 말해 현행법으로는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를 검증하거나 제한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을 모으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러한 비난에서 스스로 벗어나려면 정치권이 서둘러 규제에 나서야 한다.
출마예정자가 자신의 인생역정이 담긴 책을 출간해 유권자들과 소통하고자 한다면 그 의미는 크지만 출판기념회라는 순수한 목적이 변질돼선 안된다.
이제는 출판기념회를 돌아볼 시점이 됐다. 출판기념회가 출마후보자와 유권자들 간 소통과 대화의 장으로 탈바꿈돼야 만이 깨끗한 선거풍토를 기대할 수 있다. 적폐청산은 이런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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