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선 전북대 고분자 나노공학과 교수
 
 
올해는 필자가 완주군 해월리에 전원주택을 마련하여 어머님과 함께 생활한 것이 10년 차가 되어간다. 10년 차가 되어가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집안 곳곳의 집기와 장비들이 고장 나는 것이다. 수도꼭지도 다 고장 나고, 문도 덜그럭거리고, 보일러도 바꾸고, 올해는 유난히 등도 고장빈도 수가 높았다. 이래서 새집으로 이사하고 대부분의 수명이 10년 정도라서 이때가 되면 갈아줘야 된다는 말이 맞나보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전원주택들에서 막상 고장 나면 참으로 막막하다. 전주 시내의 기술자들을 불러야 하는데 요금도 요금이려니와 시간도 맞추는 것이 참으로 힘이 든다. 한번은 한밤에 수도 펌프의 압력 개폐기 스위치가 고장 났다. 이것이 고장 나면 집안의 상수도계통이 올 스톱이다. 특히 보일러라도 돌아가고 있는데 새벽 1~2시경에 고장 난다면 참으로 난감하다. 더구나 어머니 혼자 계시면 어렵다. 이럴 때는 마을 이장님이나, 장로님, 마을 주민들께서 급한 불은 꺼주시지만 어쨌거나 등이라도 하나 고장 나면 여러 가지가 어렵다.
올해는 태풍도 유난히 잦았다. 작년에는 태풍에 느티나무와 먹자두나무 10년생이 넘어졌다. 올해는 철망 펜스가 넘어갔다. 올봄에 멧돼지가 하도 밭으로 들어와 이를 막으려고 설치해놨던 철망 펜스에 다른 밭의 덩굴식물이 엉키더니 결국에는 세찬 바람에 넘어지고 말았다. 덩굴이 완전히 죽어서 마르면 재공사하자고 하여 아직도 넘어진 채 있다.
올해 초에 가장 슬펐던 일은 우리가 전원주택으로 들어올 때부터 같이 살았던 거위 부부인 거돌이·거순이와 진돗개 한 마리를 동네 분에게 줘버린 사건이다. 특히 거돌이·거순이는 너무 똑똑하고 영특하여 끝까지 같이 살자고 맹세했었다. 완주군에 조류독감(AI)이 와 온 동네의 모든 조류를 무조건 살 처분 할 때도 각서를 쓰고 살렸던 거위였는데 어머니가 더 이상 밥 주기가 힘이 든다고 줘버렸다.
이 거위들은 1 km 밖의 동네 입구에서도 내 차소리를 안다. 개들보다도 더 먼저 알고 난리를 친다. 또 진돗개 남매가 있었는데 수캐도 보내버렸다. 거위 부부는 알도 낳는 다는 등, 가끔씩 소식이 들려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되나 진돗개는 연락이 끊긴 것으로 보아 아마도 유명을 달리한 것 같다. 동물이라도 정은 들여놓으면 참 끊기가 힘들다.
작년까지는 그래도 작물 십 몇 여 가지를 경작하였으나 올해부터는 이도 거의 접었다. 농사를 짓는 대로 적자가 나기 때문이다. 대신에 동네 정 장로님과 다른 분이 봐주시는 덕분에 심은 농작물 가짓수도 늘어나고 훨씬 다양해졌다. 그리고 맛도 좋아지고 소출량도 많아져서 이를 수확하는 때면 동네잔치나 다름없이 다들 나눠주었다. 이번에 약 300여평 지었던 고구마는 대 히트였다. 그렇게 모든 밭일들을 그렇게 쉽게 효율적으로 잘하실 수가 없다. 물론 이분들은 일생동안의 경험이니까 그럴 것이다. 사람은 이래서 끝까지 배워야 하나보다.
올해 꽃들을 많이 심었으나 자태가 나질 않아 속상했다. 비싸고 좋은 구근들이나 씨앗은 직접 심거나 뿌려서 멋을 내려고 했는데 아예 그 전체의 방법이 틀린 것을 알았다. 봄에 일찍 온실에서 포트에 심지어 어느 정도 잘 큰 것을 잘 디자인하여 원하는 곳에 심는 것이 정답이었다. 내년부터는 이렇게 해야겠다.
이런저런 10년 동안의 실패담을 가지고 귀농 10년 차의 해월리 가을도 저물어간다. 매년 그랬듯이 바람도 불고, 차가운 비가 오고, 그리고 기온이 내려가고, 낙엽들이 다 지고, 입동이 지나고, 첫눈이 오고, 그러면 동지가 오면서 2019년의 가을은 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겨울이 해월리에, 더 나아가서 전체 우리나라에 부푼 희망을 안고 내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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