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0인 미만 기업들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사실상 유예하는 결정을 내린데 대해 경제계와 노동계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포기한 정책에 분노한다며 노동자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계 역시 기업들의 부담완화와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일시적인 조치라며 정부 보완대책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정부가 경영계 요구를 일부 수용해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해야 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 9개월 이상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키로 결정 했음에도 양측으로 부터 미흡과 실망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해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우려됐던 영세 중소기업들은 이번 조치로 일단 숨통은 트였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이 사실이다.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제를 위반한다 해도 경영상 사유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비록 완벽하진 못한 늦은 대책이라 해도 산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큰 혼란과 심각한 부작용은 일단 잠재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북에서도 약 1천400여개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이번 유예조치로 급한 상황은 넘기게 됐다.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시켜 경쟁력을 높이고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가 이번 조치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도 아직은 미완의 조치고 일정부분 노동계의 희생을 담보로 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제한적 조치이기에 그렇다.
국내외 경제적 여건이 최악인 상황이고 당분간 해소될 가능성 또한 희박하단 점에서 키를 쥐고 있는 노동계의 입장정리는 중요하다. 정부의 땜질식 처방을 통한 당장의 위기 넘기기가 아닌 실질적인 실행 유예를 담은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경제계 입장도 무시해선 안 된다.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노사 모두의 합의에 기초한 최선의 해법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성장은 노사의 희생과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화합이 뿌리를 내릴 때 비로소 가능하데 된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노동형태를 인정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음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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