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농작업 원정

요즘 농가에 애로사항을 묻게 되면 1순위 대답이 '일손 부족'이다. 농법이 좋아 풍성한 열매를 맺지만,  일손이 없으면 수확을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젊은 인력의 농촌 기피와 농촌 고령화 등으로 일손부족이 농사의 최고 애로사항이 된 지 오래다. 시골에서는 노인들이 습관적으로 고추를 재배하지만, 일손이 부족하면 수확을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밤, 배추, 감, 매실 등 수확을 포기하는 농산물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서는 고령의 인부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일손마저도 구하기 힘들어 수확 철이면 타 지역으로부터 일손을 찾게 된다. 농민들이 이들의 손을 빌리지 못한다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그런데 농작업 원정을 다니는 차량의 사고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정 농작업에 나서려면 차량이 주로 새벽과 저녁에 움직이는데, 폭이 좁고 급커브가 많은 어두운 농촌도로를 달리다 보면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게 증가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새벽안개까지 끼면 사고율은 급증한다. 게다가 고령 인부들과 외국인들이 안전밸트를 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망사고도 크게 높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새벽 전북 고창군 대산면 도로에서 25인승 미니버스가 논으로 추락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2명 중 1명이 사망하고 11명이 크게 다쳤다. 탑승한 인원은 고령 여성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들이었다. 이들은 양파 파종 작업을 위해 전남 영광에서 전북 고창으로 원정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지난 7월에는 쪽파 파종작업을 위해 충남 홍성에서 출발한 고령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 16명이 강원 삼척시에서 전복 사고를 당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에는 전남 영암에서 미니버스가 밭고랑에 전복돼 일꾼 15명 중 8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어두운 밤길에 안개까지 낀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구조까지 늦어져 사고 치사율이 급격히 오른다고 한다. 근본적 해결책은 농촌 인력수급 문제를 푸는데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농업분야의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늘리고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농촌 일손 부족 문제와 위험한 사고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농촌 고령화 및 일손 부족 문제는 우리 사회가 풀어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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