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배형식 선생

  “그는 작품으로 이름을 내지 않았다. 많은 작가들이 흔하게 하는 작품전도 갖지 않았다. 사람이 좋았고, 더불어 술이 항상 그를 따뜻하게 하였다. 그런 그가 딱 한번 개인전을 열었다. 그것도 한사코 말렸으나 제자들이 열어준 퇴임기념전이었다.”<이철량 전 전북대교수>
  조각의 불모지였던 전북에서 후학양성을 통해 조각계의 뿌리를 다져준 야린 배형식(1926-2002)의 이야기다.
  야린 선생은 한국 현대미술사 속에서 조각, 특히 구상조각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는 예술가다.
  홍익대를 졸업하고 1972년부터 원광대학교에 부임했던 야린 선생은 미술대학 학장을 역임하며 1991년 정년퇴임 때 까지 한 눈 팔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예술혼을 불태우는데 매진했다.
  1956년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제5회 국전에서 부통령상을 수상한 이후 1961년 전라북도 문화상을 받았으며 이후 원광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에도 제 30회 국전 조각분과 심사위원장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조각계의 1.5세대로 소임을 다해왔다.
  야린 선생이 남긴 작품을 보더라도 하나하나가 귀중한 작품이다.
  대표적으로 경희대 문화창조 대분수탑(1958), 가람 이병기 시비(1969), 원광대학교 교시탑·봉황상(1972), 전봉준 상(1981), 신석정 시비(1982), 전북예술회관 춘하추동 부조, 십장생도(1983), 한국통신 전주지점 ‘통신의 자유상’(1984), 한국은행 전주지점 귀로상(1986), 주논개상(1987),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 흉상 및 십상도 부조(1988) 등이 있다.
  이렇듯 전북지역 문화·예술계에 지대한 영향과 업적을 쌓았던 야린 선생을 회고하는 전시와 도록 발간 행사가 열린다.
  그동안 유족들은 야린 선생의 작품들을 도록화하여 전시의 시간적, 물리적, 공간적 한계를 넘어 널리 알리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으나 산재한 작품들을 정리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 미루어 왔다.
  하지만 도록 발간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된다는 야린 선생의 선, 후배 조각가들의 조언에 따라 야린 선생의 작품들을 도판화하여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도록에는 이제까지 공개된 적이 없는 선생의 서양화 및 판화, 소묘 작품까지 총 망라해 야린 선생의 발자취와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감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지난해 전주문화재단이 ‘전주 백인의 자화상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숭고(崇高)’전에서 펼쳐진 야린 선생의 예술적 성취는 도록 발간에 힘이 됐다.
  회고전은 13일부터 17일까지 한문화 갤러리에서 진행되며 이후 30일까지 갤러리 애플에서 도 열린다. 15일 오후 5시에는 조각가 국경오가 제작한 야린 선생 흉상 제막식도 함께 마련된다.
  조각가이자 야인 선생 사위인 정진환 교수는 “지난해 숭고전을 보신 장모님께서 당신의 생전에 야인 선생의 예술 인생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기를 원했고 그래서 서두르게 됐다”며  “이번 회고전을 계기로 야인 선생의 작품과 흔적을 기억하는 공간에 대한 구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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