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답안지를 조작한 전주 한 사립고의 답안지 처리 절차가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수정테이프만으로 답을 고칠 수 있는 등 부실한 과정이 비리를 손쉽게 저지르고 감사에서조차 조작 여부를 가리지 못한 원인이란 것.

전북도교육청이 지난 달 22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감사 결과를 보면 올해 2학기 1차(중간) 고사 뒤 국어 교사가 교무실무사에게 답안지를 리딩해 달라며 10여 분 맡겼다. 이 때 2학년 한 학생의 OMR답안지 객관식 3개 문항 오답이 정답으로 바뀌었다.

이는 담당 교사가 해당 학생 답안지를 시험 직후 사진 촬영했기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교무실무사에게 답안지를 건넨 뒤 답이 달라졌음을 확인했고, 교무실무사 자백을 이끌었다.

교사가 사진을 찍지 않았다면 조작 사실을 알 수 없었는데 이 사립고는 답안지 내용을 고칠 때 수정테이프만 사용해 상대적으로 조작하기 쉽다.

도교육청 감사 과정에서도 학생이 시험 시간 수정한 건지, 누군가 시험 종료 뒤 의도적으로 바꾼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지난해 이 사립고 학부모들이 당시 교무부장 아들인 해당 학생의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이 다르다’며 확인해 달라 했고, 도교육청이 현장으로 향했으나 문제점을 짚지 못했다. 교무부장은 스스로 파견을 요청해 3월부터 공립고에서 근무한다.

답안지 조작이 언제부터 어디까지 이뤄진지 알 수 없는 상황, 답안지 처리 시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정테이프를 허용한다면 감독관 날인까지 더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도교육청 확인 결과 도내 고교 44곳이 답을 고칠 때 수정테이프를 사용하도록 하나, 대개 그 위 감독관 도장을 찍는 걸로 알려졌다.

답안지 리딩 시 단독 처리하지 않도록 채점 단계별 담당자, 역할, 보안관리 점검을 명시해야 할 걸로 보인다.

스캐너 복합 OMR카드 리더기를 보급하자는 의견도 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답안지를 스캔해 보관하면 답안지에 손댈 수 없고, 학생들에게 채점결과를 보여주기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조작과 비리의 경우 어떤 여건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만큼 교직원들이 평가 중요성을 깨닫고 도덕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이 근본적 해결책이라 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작년부터 말이 돌던 터라 담당교사가 학생들이 물으면 답하려 특정 학생 답안지만 촬영해둔 거 같다”며 “수정테이프 허용 시 학업성적관리규정 명시, 보완조치 마련을 안내했으나 이 사립고는 따르지 않은 걸로 보인다. 고시 관리 문제점이 나타났으니 시정조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전북교육청은 이 사립고 법인에 교무실무사 파면(해고)을 요구하고 업무방해와 사문서 위조, 변조로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해당 학생과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은 교무실무사와의 공범 가능성 관련해 수사를 의뢰했다. 1학기 모의고사에서도 전 교무부장의 아들 답안지가 2가지 필기구로 중복 마킹된 걸 확인, 이 부분도 수사 의뢰한다.

학생과 교직원은 각각 자퇴서와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도교육청은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류한다. 학생은 학교에 나오지 않고 교직원은 병가 중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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