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을 하찮게 보기 쉽잖습니까. 하지만 곤충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작은 거인이에요. 곤충 연구를 통해 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2018 농촌진흥사업 성과보고회'에서 전문연구실상 우수상을 수상한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윤형주 연구관은 뒤늦은 수상소감을 전하며 곤충 연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윤 연구관은 화분매개곤충 증식 및 종별로 차별화 된 연중사육기술개발을 현장으로 연결한 공을 인정 받아 전문연구실상을 받았다.

특히, 전량 수입으로 의존해 온 화분매개전용벌인 뒤영벌을 연중사육기술을 통해 수입량의 92%까지 대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며, 사과나 배 등 과수에 인공수분 대체를 위해 뿔가위벌류를 이용한 수분법도 확립해 인공수분 비용을 70% 가까이 감소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식량용 곤충 대량생산기술 연구에도 박차를 가했다. 대형메뚜기인 풀무치를 연중사육하기 위해 사육 및 교미환경을 규명해 인공사육법을 확립했으며, 긴 생활사를 가지고 있는 약용자원인 왕지네의 휴면기간을 단축시키는 인공월동법을 개발해 기존 생활사(3~4년)를 절반 수준(1년 6개월)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같은 노력은 농가에 기술이전 및 실용화로 이어지면서 유의미한 결실을 맺고 있다. 수입산으로 점철됐던 뒤영벌은 이제 매년 10만 봉군을 생산하며 꾸준히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풀무치와 아메리카왕거저리, 왕지네에 대한 연중사육기술도 개발돼 사육농가에 기술이전 된 상태다. 실내사육 기술 뿐 아니라 화분매개전용 벌통도 개발해 농가의 부담을 덜었다.

기존 꿀벌 벌통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과 위험함을 최소화해 덮개를 열지 않고도 위에서 먹이를 줄 수 있게 개발했으며, 기존 벌통에 비해 부피는 1/2로 줄이고, 비용은 2/3으로 감소시켜 사용농가의 경제적 부담까지 경감시켰다.

과채류 중에서 꿀벌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시설 딸기와 수박에서 최적의 꿀벌 방사량을 구명해 화분매개기술을 표준화 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자연수분 대비 중심화수정률을 22%까지 끌어올렸으며, 정형과율도 2.4배 향상된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인력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배의 수분작업을 꿀벌로 대체하는데 성공하면서 인공수분 대비 수분에 필요한 비용을 68%까지 감소시켰다. 농가가 고령화 되어가고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같은 결과는 과수농가에 희망이 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국가 농정기조인 스마트팜이 농가의 이슈로 떠오름에 따라 스마트팜 대표작물의 수분에 반드시 필요한 화분매개곤충의 중요성도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농업생산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팜에서 연동할 수 있는 ICT 기술을 결합한 화분매개곤충 활용 기술개발 등 4차 산업기술과의 융복합도 기대할 수 있다.

윤 연구관은 한국이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는 것에 따라 아열대 작물에 적용할 수 있는 수분기술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무엇보다 농업 현장과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윤형주 연구관은 오늘도 연구실과 현장을 바삐 오갈 것이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