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 교육 관계자들이 대통령의 정시비중 확대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인 정시 비중을 늘리는 것과 관련, 찬성과 반대를 떠나 고교 교육 정상화와 직결되는 대학입학제도(대입)를 일관성 없이 자주 바꾸는 건 교육을 이해하지 못한 행동이란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오전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중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게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고 거론했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언급에 대해 도내 교육계 비난이 거세다. 찬반은 둘째 치고 대입 같은 중요한 문제를 금세 뒤집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김형배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은 “교육 전반과 앞날을 진단하지 않은 채, 즉흥적으로 호떡 뒤집듯 정시 비율 상향을 꺼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 정시 비중 30% 이상 확대도 공론화를 통해 힘들게 정하지 않았나. 교육부장관은 정시 안 늘린다더니 대통령은 늘린다 하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대입제도는 4년 예고제라 빠르면 현 중2 대상인 2024학년도 대입부터 적용할 수 있다. 중학교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그는 “교육정책은 10년 이상 지켜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수시 문제점이 많지만 보완하면서 안정되는 면이 있다. 단 한 번 시험으로 대학이 결정되는 오래 전 방식보단 수시와 정시를 적절히 배합하는 방향도 고려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정시 비중을 확대할 경우 학교 교육이 황폐화될까 우려했다. 특히 비수도권인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 불리할 거라 예측했다.

이기종 전북교총 회장은 “정시비율이 40%가 될지, 60%가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나 학교 교육은 회귀할 거다. 수업은 주요교과 입시 위주로 진행하며 학생들은 성적대로 줄 세울 거다. 다양한 분야 인재를 양성, 존중하는 고교학점제는 자리 잡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사교육은 활성화될 거고 결국 고소득층 자녀에게 유리할 거다. 개선안 시행까지 몇 년 걸려도 사교육 열풍은 모든 학교급에서 곧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수시 운영상 문제가 있으나 농어촌학교에 근무하며 수시의 긍정적 측면을 많이 봤다. 중위권 학생들이 각종 전형을 통해 원하는 대학에 갔는데 수능 같은 줄 세우기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방향을 틀기보단 잘못된 부분을 다듬으면서 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이 대입제도 개선 이유로 꼽은 ‘공정성’ 개념이 표면적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전북도교육청 정옥희 대변인은 “기득권과 기득권이 아닌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정성은 다르다. 헌데 공정성을 표면적으로만 보고 정시를 높이는 게 과연 옳은가”라고 물었다.

또한 “원인인 공정성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파악할 때 거기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우리 교육청의 경우 지역 특성과 고교교육 정상화 측면에서 정시확대를 반대해왔다”고 강조했다.

이기종 전북교총 회장도 “고교학점제로 각자 원하는 걸 배웠는데 모두 동일한 시험(수능)을 치르는 게 공정한 건가. 여러 분야 중 한 가지만 잘해도 똑같이 대학을 가는 게 진정한 공정성”이라고 뜻을 같이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도 바뀌는 만큼 교육정책을 중립적, 장기적으로 정할 독립기구 (국가교육위원회) 필요성도 재차 제기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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