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WTO(세계무역기구)에 한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개선을 요구하며 제시한 마감 시한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개도국 지위 상실이 농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농업·농촌 관련 업무 전반을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정부 부처간 협상 과정에서 유의미한 존재감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농업계가 '개도국 지위 포기=농업 포기'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정부 부처간 협상에서 농업계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거나 관철하지 못한다면 농식품부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위기론도 대두됐다.

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종회 의원(전북 김제·부안)에 따르면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것이냐, 포기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시간이 다가온 가운데 정부 내에서 개도국 지위 포기로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으며 농민단체의 반발 등을 우려해 최종 결정을 늦추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지적한 농식품부의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로 ▲타 부처를 설득할 만한 의지와 실력의 부족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려는 결사항전의 자세 결여 ▲개도국 지위 포기 시 예상되는 농업계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사전 물타기를 꼽았다.

김 의원은 "객관적으로도 우리농업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했는데, WTO 출범 이후 실질 농업소득은 감소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실질 농업소득은 2018년 957만5000원으로 10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10년 뒤인 2028년에는 879만5000원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근로자가구 대비 농가소득 비율은 1995년 95.7%에서 2018년 65% 수준으로 감소했고 2028년에는 62.5%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배경에는 복잡한 요소가 있지만 농식품부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트럼프가 미국 국민과 산업을 지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농식품부 역시 타 부처의 힘에 밀릴지라도 식량주권과 농민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농식품부가 목소리를 내야 정부가 농민피해에 대한 성의있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고 농식품부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상실하고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그간 유지해 왔던 각종 농산물 보조금 관련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쌀 직불금 등으로 지급되던 농업보조총액(AMS)도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농업인들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농민이 제 값 받는 농업생산 유통시스템'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전북의 경우 이번 개도국 지위 상실이 현실화 된다면 쌀을 기반으로 한 농업분야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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