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은/달도 없고/손가락도 없다”(‘그믐밤’전문)
  1982년 간첩조작 사건 일명 ‘오송회 사건’의 피해자인 강상기 시인이 최근 시선집 <고래 사냥>(시선사)을 발간했다.
  그동안 자신이 발간했던 다섯 권의 시집 중에서 72편의 작품을 선별한 것이다. 시인의 첫 시집에서 다섯 번째 시집까지의 긴 세월을 담고 있으나, 대체로 모든 작품이 균일한 정서로 다가오는 것은 선별의 기준이 분명한 데서 온다. 시집은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시로 엮어졌으며, 시인 자신의 실존적 깨달음을 함축하고 아울러 대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시들로 짜여져 있다.
  시인은 후기 ‘시인의 산문’에서 “미혹의 잠에서 깨어나도록 나를 일깨우는 것, 내가 시를 쓰는 행위는 곧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면서, 강 시인은 늘 즐거운 마음으로 사물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손을 내민다고 말한다. 아울러 세계의 탐색에는 시련과 고뇌가 따르지만 그 속에 성취의 기쁨이 있고 그래서 시를 쓴다고 말하고 있다.
  강상기 시인은 군산제일고등학교에 재직할 당시 ‘오송회사건’으로 17년 동안 해직교사의 아픔을 겪었다. 1999년 9월에 복직한 후 2009년 8월에 정년퇴직했다.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고래 사냥>외 다섯 권의 시집을 발간하였고, 2018년 한국예술평론가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문학부문)을 수상하였다. 현재 시문학동인회 ‘포엠만경’의 회장이다. 이번 시집은 ‘한국 대표 서정시 100인선’으로 ‘시선사’에서 발간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