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소리 다섯바탕 유태평양(왼쪽)과 조통달

  2019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김한, 이하 소리축제)가 6일 폐막공연을 끝으로 닷새간의 일정을 마쳤다.
  ‘바람, 소리(Wish on the Winds)’를 주제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라북도 14개 시군 일대에서 펼쳐진올해 축제는 태풍 ‘미탁’이라는 변수에도 큰 사고 없이 치러졌다.
  특히 올해 초 대대적인 조직개편이라는 변수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안정적인 운영을 보이면서 축제에 대한 신뢰를 더 단단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류의 호흡 바람(Wind)을 동력으로 하는 관악기를 집중 조명하는 굵직한 기획으로 꾸며지며 전통예술 속에 담긴 인류의 ‘바람(Wish)’을 살핀 이번 축제에는 지난해 수준인 13만 여명의 관객들이 방문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공연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이 올해도 이어졌다.
  개막공연은 소리축제 컬래버레이션 프로그램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국경, 시대,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는 대형 컬래버레이션으로 구성된 개막공연은 과감하고 창의적인 기획과 촘촘하고 치밀하게 직조한 음악 구성 등에서 ‘역대급’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이 가운데 전북지역 관악오케스트라 200명의 학생연합이 전통 궁중음악의 정수 ‘수제천 변주곡’을 연주함으로써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명장면으로 호평을 받았다.
  간판 프로그램인 ‘광대의 노래’는 올해 관악기 중심 ‘바람의 길’이라는 주제 아래 동서양 관악 명인들과 전통예술의 조화가 돋보인 프로그램을 선보여 음악 마니아들을 매료했다. 강태환(색소폰)×강권순(가곡), 앤더스 해그베르그(플루트)×이창선(대금), 나왕 케촉(티베트 플루트)×여미도(즉흥 춤) 등 짝을 이룬 아티스트 간 밀도 있는 사전 작업과 상대 예술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빛난 무대였다. 동서양, 장르간 확장과 탐색의 진일보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 예술인의 호흡을 따라가는 관객들의 진지하고 집중도 높은 관람 태도는 마니아 관객층의 탄탄한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든 편백나무숲 ‘젊은 판소리 다섯바탕’은 판소리 애호가들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는 게 중론이다. 관객들의 추임새가 전주대사습 관람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연상케 할 만큼 애호가층이 탄탄하게 구축됐음을 엿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어린이 소리축제’는 소리축제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어린이를 위한 공연, 체험, 전통을 소재로 한 전시체험 등 ‘어린이 소리축제’의 적극적인 투자와 배려가 눈길을 끌었다.
  ‘찾아가는 소리축제’ 역시 전라북도 14개 시군 초중고교를 찾아가 세계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살아있는 예술교육의 장으로 매해 관심과 참여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이외에도 부스 및 푸드트럭 등 공간을 가득 채우던 행사장 구성도 힘을 빼고 관객 시야와 동선을 확보하면서 포인트만 강조하는 방식으로 전환, 여백과 여유의 미를 살렸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축제의 주제인 ‘바람, 소리’를 모티브로 바람개비, 달풍선, 소원 풍경등 등을 포인트로 앞세우고, 모악광장 앞 출연진 네임 배너 등을 통해 공연축제로서의 품격과 메시지를 살린 공간 미학으로 호평을 받았다.
  체험과 놀이, 쉼터 중심의 키즈존, 악기체험과 거리악사 중심의 리듬&플레이존, 가족단위 관객을 위한 오픈형 무대 연지마당, 판소리와 월드뮤직의 아기자기한 배치로 명소화를 이끌어 낸 ‘편백나무숲’ 등은 이제 소리축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야외 공간의 밀도있는 배치와 구역 별 특성을 부여함으로써 공연과 축제성을 다채롭게 아우르는 축제로서 차별화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20회를 바라보는 소리축제 방향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소리축제는 박재천 집행위원장 체제에서 정체성에 대한 오랜 논란을 종식시키며 전국에서도 주목받는 축제로 성장했다.
  몇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 오면서 전북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대중적인 축제를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전문적인 예술축제로 변화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
  변화를 요구하는 전문가들은 “오로지 전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소리축제만의 가치와 차별화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소리축제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지가 최근 몇 년에 지나지 않는 만큼 급격한 변화보다는 대중성을 중심 둔 현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목소리도 있다.
  박재천집행위원장은 “태풍이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며 “소리축제 장기적 발전 방향은 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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