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오피니언l승인2019.09.25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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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국민연금공단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아내의 목소리가 높게 들렸다. 막내를 꾸짖는 소리였다. 막내는 거실 구석에서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들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울먹일 듯한 태세다. 아내에게 이유를 묻자 ‘됐어’ 하며 나를 무시해 버린다. 아내가 저렇게 화를 내고 있는 걸로 보아 막내가 큰 잘못을 했겠지 생각하고 방으로 들어서려는데 막내가 울기 시작했다. 울고 있는 막내를 안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큰애와 10년 차이인 막내는 초등학교 일학년이다. 정년퇴직을 해도 막내가 20대 초반이라 장래가 걱정이 되어 아내의 만류에도 7살에 초등학교 입학을 시켰다. 8살에 입학시킬 것으로 생각하였던 아내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시키지 못하였다며 항상 걱정하였다. 남들은 간단한 영어와, 곱셈도 가르쳐 입학시킨다는데, 막내는 한글만 겨우 깨우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내가 보기에도 막내가 너무 부족해 보이는데 아내의 마음에야 오죽할까.
 입학초기 막내는 학교에서 잘했다는 도장을 가끔 받아와서 엄마에게 자랑을 하며 자신이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 한다고 뽐내기도 해서 아내는 안심을 했었다.
 아내는 막내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학원에 보내고 학습지도 일찍 받아 보게 하는 등 늦둥이 아들에 대하여 온갖 관심을 기울였다. 입학 후 몇 달이 지나자 막내는 글씨 쓰는 속도를 제외하고는 이럭저럭 적응해 가는 듯하였다. 
 며칠 전, 학교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을 한다는 연락이 왔다. 아내는 자고 있던 외출복을 꺼내 입고 예쁘게 화장도 하여 늙은 엄마티를 없앤 뒤, 수업에 참석하였다. 참관수업은 미술시간이었는데 가족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막내의 반 친구들은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내는 그림은 뒷전이고 친구들 그림 그리는 모습을 구경하며 교실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참다못한 담임 선생님은 아내가 보는 앞에서 막내의 이름을 몇 번이나 부르며 주의를 주어, 겨우 자리에 앉혀 그림을 그리도록 하였다. 아내는 지금 행동이 저러니 아내가 없는 평소에는 휠씬 심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림거리기 수업이 끝이 나고 학생들은 그렸던 그림을 설명하는 시간이 되었지만 막내의 그림은 백지 위에 크레파스로 일곱 줄만 그어져 있어 제대로 설명을 할 수 없었다.
 수업을 마친 뒤 교장선생님이 학부모들에게 새로 지은 학교시설 견학을 권유하였으나 집에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담임선생님에게 인사도 없이 아내는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준비 없이 보낸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너무 쉽게 꺾여 버린 자신을 후회하면서 아내는 울먹였다. 아내는 수업시간 중에 철없이 행동한 막내가 많이 애처로웠던 모양이다. 원망의 눈빛이 너무 매서워 나는 얼른 방문을 닫아 버렸다.
 안고 있는 막내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간지럼을 태웠다. 울먹이던 막내가 참지 못하고 특유의 깔깔거리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막내의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가만히 막내의 귀에 대고 왜 엄마가 보는데 그림을 그리지 않고 돌아다녔느냐고 물어 보았다.
“아빠. 친구들은 가족이 엄마, 아빠 그리고 자기 밖에 없어 세 명만 그리면 되는데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큰누나, 작은누나, 나까지 일곱 명이나 그려야 되는데 어떻게 종이 한 장에 다 그릴 수 있어?” “그래서 포기하고 누가 잘 그리나 구경했지. "
“할아버지, 할머니는 시골에 계시잖아”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우리 가족이잖아”
 나는 안고 있는 손에 힘을 주어 포근히 막내를 안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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