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교무 강살리기익산네트워크공동대표

 

태풍 ‘타파’가 지난 뒤 바람이 선선해짐을 느낀다. 그러고 보니 벌써 입추(立秋)에 들었네! 출·퇴근길에 평소에 다니던 큰길을 벗어나 익숙한 강변길을 택하기로 한다. 시원하게 차창에 들어오는 만경강 강바람은 이미 지난 여름의 열기를 잊은 듯 했다. 절기가 바뀌거나, 큰 비, 태풍이 지난 후엔 습관처럼 강변을 둘러보곤 한다. 우리지역은 걱정했던 것 보다 ‘타파’로 인한 비 피해는 없어 보인다. 
 오늘의 만경강은 큰물을 보낸 뒤에 곳곳에 퇴적층을 만들어 놓았다. 주변 소하천 역시 평소 보이지 않던 퇴적물이 곳곳에 모여 있다. 더불어 지난 봄 중장비에 의해 하천바닥을 반듯하게 정리한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다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굽이굽이 모래톱이 크고 작은 삼각주를 이루고 있다.
 1920년대에 고산천 상류에 경천저수지와 대아저수지가 축조되고, 1930년대에 만경강 제방이 축조 완성되어 사행천이던 본류는 직선 하도로 바뀌었다.
 춘포지역을 지나며 신복리와 용강리를 가르는 우각천인 용강제를 보면 옛 만경강의 한 줄기였으나 제방으로 인해 지금은 사라진 대양마을 등 많은 사연을 안고 본류와 이별을 하는 전설이 되었으니 참으로 강에겐 미안하고 슬픈 일이다. 사람의 일을 위해 행해졌던 변화가 과연 근본적인 일이었을까? 
 소태산의 법문에 “저 수레가 가는 것이 말이 가는 것이냐 수레가 가는 것이냐? 말이 가니 수레가 따라서 갑니다. 그럼 혹 가다가 가지 아니할 때에는 말을 채찍질하여야 하겠느냐, 수레를 채찍질하겠느냐?  말을 채찍질 하겠습니다.” 스승과 제자의 문답으로 “사람이 먼저 그 근본을 찾아서 근본을 다스려야 모든 일에 성공을 본다는 말과 수레 법문”이다. 
 일상의 현상에는 선후본말이 반드시 있음이 진리이지만 강의 흐름을 가두고 물길의 수명을 단축하게 되니 슬픈 전설이 되는 것이다.
 우리 지역 전주천은 2000년부터 2년여 기간에 다양한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너른 참여로 성공적인 도심 재자연화 하천의 모범이 되어 늘 반갑다. 독일의 뮌헨을 가로지르는 이자르강 역시 근래 습지와 모래톱이 복원돼 도심의 휴식처가 자연에 가까운 하천구조로 복원되었다. ‘이자르 플랜’이라 불리는 뮌헨의 이 재자연화 공사는 세계적 성공 사례로 꼽히게 되었는데. 뮌헨시는 2000년부터 11년간 진행한 재자연화 공사를 통해 전주천(7.2km)보다 조금 긴 8km를 무려 11년 동안 진행하였다. 복원 비용만 3500만유로(500억원)가 투입되어 125년 전 이자르강에서 사라졌던 여울과 자갈밭을 어렵게 되살렸다.
 이자르강의 재자연화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 프로젝트였다. 강변에 버려져 묻힌 건축폐기물과 2차 대전에 묻힌 포탄 등 특수폐기물과 투기한 쓰레기를 일일이 분류해가며 다양한 시민들에게 묻고 참여케 하였다. 
 “이자르강은 누구의 것인가?”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뮌헨 시민은 “내 것!”이라 대답한다고 한다. ‘열린 계획’을 통해 어도 설계를 자문했던 낚시협회 회원들은 복원사업이 끝난 뒤에도 매일 강변의 쓰레기통을 비우는 자원봉사를 한다. 이런 주인의식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 참여의 길을 활짝 열어둔 ‘열린 계획’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자르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대도시 내 거대 공간의 재자연화라는 점, 다양한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포괄적 참여를 이루어냈다는 점, 대도시 내에서 인간과 하천과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냈다는 측면에서 특히 의의가 있다.
 “오늘 무언가 하지 않으면 내일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만경강 제방을 내 달리며 이 카피가 지워지지 않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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