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는 가을의 길목에서 만나면 좋은 여러 곳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섬진강은 최고의 여행코스이다. 사계절 다 좋은 섬진강이지만 잘 익은 여름을 보낸 가을에 찾은 순창의 구미교는 한치의 흐릿함 없이 청명함 그 자체이다. 가을 향기, 풀냄새, 물냄새가 숨길 수 없이 풀풀나는 이 가을 섬진강을 찾아 보자.

▲길을 걸으면 달라지는 향기, 여름이 익어 가을이 되는 향기  
다리를 건너 용궐산과 무량산이 바라보이는 장군목을 향해 걷다 보면 섬진강과 주변의 산들이 어울려 만드는 풍경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장군목을 향해 걸을 때마다 자연이 뿜어내는 향기가 조금씩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흙의 향기인 것 같기도 하고 금방 베어낸 풀 향기인 것 같기도 섬진강 물 향기인 것 같기도 한 것이 가을의 향기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산 쪽에서 바람이 불면 산의 향기가, 밭에서 바람이 불면 흙과 풀의 향기가, 강에서 바람이 불면 강의 향기가 걷는 사람을 휩싸고 돌면서 가을 여행의 묘미를 한 층 높여준다. 섬진강 장군목 가는 길에는 ‘섬진강 슬로장터’가 있어 지역에서 키우고 수확한 농산물을 구입하고 맛볼 수 있다. 걷다걷다 보면 어느새 마실 휴양지에 도착하게 된다.
▲자전거 매니아들의 오아시스 마실휴양지, 그리고 시간의 징검다리
이곳은 150km 섬진강 자전거 종주 길에 있는 첫 번째 숙소이자 캠핑장 이자 매점이 있는 곳이다. 먼 여정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경치도 그림 같고 시설이 아주 좋아 4대강 국토 종주 자전거 길에 있는 쉼터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이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겐 거의 성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붐비며 인기를 실감케 한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징검다리를 만나게 되는데 오래된 시간을 보내온 것처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는 섬진강에 남은 마지막 징검다리로 알려져 있는데 다릿돌 하나를 건널 때 매다 시간의 물살이 흘러가는 듯하다.
▲정겨운 가을 꽃 길 그리고 ‘요산요수’ 바위
징검다리를 건너면 정말로 본격적인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햇볕은 아직 따갑지만 눅눅하지 않고 건조해 산책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길가에는 가을 풀꽃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가을 향기를 머금은 꽃들이 꽃 길을 만들어 내고 있어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곳이다. 막 떠나 보낸 지난여름이 아쉬운 듯 곳곳에 초록을 머금고 있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계속 걷다 보면 큰 바위에 쓰인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옛날 사람들도 이 길이 명품 길인지 알았을까? 바위에 쓰인 글씨의 의미가 새삼 의미 있게 다가온다.
요산요수는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말의 줄임말로 요즘에는 보통 산수의 경치를 좋아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 되지만 그 속뜻은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니 새로운 해석으로 이해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절경 속의 파격 ‘요강바위’
만일 이곳이 요산요수를 즐기는 신선들만의 공간이라면 절경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사실 이 장군목의 중심에는 ‘요강바위’가 있다. 이 ‘요강’ 이라는 것은 가장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물건인데 왜 이런 물건이 이런 천상계 절경의 한가운데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많을 듯싶다. 이것은 강가 바위 한가운데 마치 정밀한 기계로 뚫어 놓은 것 같이 생겼다. 누가 보아도 사람이 만든 것처럼 보이지 도무지 자연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는 상상이 안 갈 정도이다.
‘이것이 파격(破格) 이구나’ 이 멋진 자연을 오래도록 지키기 위한 그야말로 ‘파격’ 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옛날에 귀한 집 자손일수록 이름을 ‘개똥이’, ‘소똥이’ 하는 식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러면 호환과 마마가 피해 가서 오래오래 장수 한다고 하니 이름이 주는 의미를 새삼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요강바위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멋진 절경 속에 파격 하나를 주어 오래오래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인 것 같음을 느낄 수 있다.
▲현수교를 건너 다시 현실 속으로
요강바위를 보았다면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발길을 돌려보자.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림같이 멋진 현수교를 건너면 선물 같은 풍광을 만날 수 있다. 강 건너 마을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여름과 가을을 연결하고, 시간과 세월을 연결하는 현수교의 모습에 섬진강 여행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장군목의 풍경도 아름답다. 다리가 있기 전에는 이곳에 무엇이 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멋진 곳에 사람만 다닐 수 있는 현수교를 놓은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와도 같다./김대연기자·red@/자료제공=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