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타파를 앞두고 비가 올 듯 말 듯 흐린 20일 오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가득 메운 청소년들만큼은 맑음이다.

유치원생 티를 채 벗지 못한 초등학생부터 한껏 멋을 내기 시작한 중학생, 제법 어른 티가 나는 고등학생까지…전북 지역 학생 수백여 명이 한결 같은 표정이다. 평일 오후 수업을 받지 않는 횡재(?)를 누려서일까.

전라북도교육청과 전북 초중등 음악미술교육연구회가 주관한 ‘2019 전북학교 예술교육 페스티벌’이 20일 마무리됐다.

17일부터 나흘간 오후 1시~5시 4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곳곳에서 연 페스티벌은 학교 동아리들이 학교 교육과정 중 틈틈이 배운 예술을 발표하는 장이다.

아이들이 예술을 통해 기른 표현력과 창의력을 발휘, 성취감을 느끼는 한편 또래 예술 활동을 보고 공감과 소통 능력을 키운다는 취지다.

전북학교 예술교육 폐스티벌은 올해로 2회째인데 교육부가 2017년까지 지속한 ‘전국학교 예술교육 페스티벌’이 2018년 시도교육청 주관 ‘전북학교 예술교육 페스티벌’로 바뀌어서다.

전국 차원 행사의 경우 도교육청이 동아리 영상과 수상실적을 토대로 지역대표 몇 팀을 추천해 전국에서 선보이는 방식이었다.

도내 차원 행사도 열었으나 주요공간인 전북교육문화회관이 비좁아 오케스트라, 연극 등 몇 안 되는 분야임에도 따로 치렀다.

때문에 경쟁이 과열되고 도내 다양한 학교와 학생들 결과물을 한데 보기 어려웠다고.

지난해부터 제대로 된 예술행사로 자리 잡았는데 실내공연장 3개와 야외공간을 갖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으로 장소를 옮기고, 14개시군 초중고 중 참여를 희망한 동아리 모두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에는 공연, 기간, 참가자, 체험부스 등 모든 면에서 규모를 키웠다. 실내공연 분야가 작년 오케스트라, 뮤지컬, 연극, 합창, 난타, 락밴드, 댄스, 창작동요 8개에서 올해 비보이, 사물놀이까지 10개로 늘었다. 참여한 동아리는 110개다.

같은 날 진안 백운초 5,6학년 7명과 방문한 양숙자 교감 선생님은 “작은 시골학교다 보니 문화 체험할 기회가 별로 없다. 학생들이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 흩어져 구경하는 것도 당연”이라며 “교육문화회관 때부터 5년 동안 찾았는데 오케스트라를 볼 때마다 감동”이라고 언급한다.

이어 “아이들 능력은 놀랍다. 무대 위 떨면서도 성취감을 느끼는 거 같다. 뭔가를 한 번 이루고 나면 무슨 일을 마주하든지 열심히 할 수 있지 않나”며 “선생님의 열정이 아이들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 매번 확인한다”고 덧붙인다.

축제 분야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케스트라의 경우 참여팀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이 날 연주를 앞두고 전당 연지홀 앞 삼삼오오 모여 앉은 전주온빛중과 전주온빛초, 전주만성초 학생들.

학교급이 다른 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이 기분 좋게 낯설다.

예술드림거점학교인 온빛중이 근처 학교들과 함께 지역중심 예술활동을 운영해 가능한 일이다.

온빛중 1학년 김서진 김시연 학생은 “초등학생 때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땐 떨렸는데 이젠 노련해졌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며 “각자 하고 싶은 악기로 오디션을 봤고 매일 아침 7시 50분부터 8시 30분까지 연습한다”고 설명한다.

미술체험과 사물놀이 위주이던 바깥 프로그램은 풍성해졌다. 개인장기를 펼칠 수 있는 야외공연을 처음 마련해 춤, 노래, 마술, 패션쇼가 잇따랐다.

부스도 다채로운데 축제 마지막 날 각 학교 미술교사와 동아리 학생들은 명화퍼즐 맞추기, 페이스페인팅과 풍선아트, 버튼 아트, 나무를 이용한 실용품 만들기를 시행했다.

전주 덕진중 일러스트부로 부채 그림 그리기 부스를 맡은 이예지(3학년) 학생은 “페스티벌은 올해 처음 왔다. 내가 해 온 걸 누군가에게 알려줄 수 있어 좋다.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더 잘 돕고 싶다”며 “미술을 주로 해 왔지만 다른 문화예술도 구경할 수 있고 무엇보다 평일에 해서 좋다”고 소감을 나눈다.

같은 학교 전철수 미술 수석교사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하던 걸 이곳에서 여러 학생들과 나누게 됐다”며 “이 행사 강점은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여러 문화예술을 폭 넓게 접할 수 있다는 거다. 아이들이 잠시나마 학업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정서적으로, 활동 면에서 다양성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다.

인바디, 혈당, 혈압을 확인하는가 하면 건강한 식단과 간식을 배우고 흡연예방교육을 받는부스도 자리한다.

여러 프로그램을 아우르다보니 기간은 3일에서 4일로 늘었다. 나흘 동안 6천여 명이 오갔다.

무주 설천중 1학년 박수아 학생은 “볼 것도 많고 할 거도 많다. 사진 찍은 걸 방명록에 남긴 게 가장 기억이 남고, 수업 시간임에도 다른 의미 있는 걸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학생과 교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축제는 내년 더 활발해진다. 페스티벌을 담당하는 박인숙 장학사는 “열심히 배워놓고 표현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한다. 때문에 도교육청이 참가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큰 무대를 마련한 거다”라고 전한다.

박 장학사는 “해를 거듭하다보니 쌓이는 것들이 있다. 이제 학교 담장을 넘어 전주시민, 전북도민들과 함께한다. 수년 혹은 수십 년 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참여했던 학생이 학부모나 스태프로 온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손주 덕분에 공연장에 와 본다고 하신다”며 “직장일로 참여하기 어려운 학부모들을 고려해 내년부턴 야간공연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평일 오후, 수업 대신 예술을 온몸으로 마주하며 한 뼘 더 자라는 중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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