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오 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장 
 
 
진안군 마이산에 위치한 은수사에는 수령 6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제386호)가 있다. 전설에 의하면 조선 태조가 마이산을 찾아 기도를 마친 뒤 증표를 남기기 위해 심었던 씨앗이 자란 것이라고 한다. 은수사의 청실배나무 열매는 매우 희귀한 한국 특산종으로 오직 이곳에만 있다고 한다. 모양도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열매와 달리 매우 작다. 지름이 약 3~5.8cm 정도이고, 길이는 4~7.5cm이다. 
배는 아삭한 식감과 함께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먹을 수 있는 과일이다. 맛 뿐 만 아니라 영양성분도 좋다. 배는 산성화된 현대인의 혈액을 중화시켜 주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자 기호식품으로서 가치가 높은 과일이다. 무기성분 중에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의 함량이 75% 이상을 차지하며, 이러한 성분들은 몸 안에서 혈액을 중성으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피로회복과 면역기능 강화에 좋은 유기산과 비타민, 아미노산,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전주, 정읍, 고창을 중심으로 배를 재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주 배’는 베트남 수출액이 188만 여 달러(약 22여 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2만 달러가 안 되던 베트남 수출액과 비교하면 약 100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에는 ‘정읍 배’가 올 연말까지 대만과 베트남, 홍콩 등으로 150만 톤 수출될 것이라는 소식도 있었다. 국내 배 산업의 위축세 속에서도 전북지역 배가 잇따라 해외에 수출되고 있는 소식은 우리나라 배 산업에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배 산업은 소비둔화에 따른 재배면적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2000년 우리나라 전체 배 재배면적은 약 25천ha 였으나 2018년에는 10천ha로 집계됐다.  강산이 두 번 변한사이에 여의도 면적의 50배에 해당하는 배 과수원이 사라진 것이다. 배 재배면적 감소는 지역 특산품의 변화로 이어졌다. 완주군만 하더라도 ‘완주 8품’에 배가 포함됐지만 지금은 면적 감소와 생산량 감소로 다른 작목으로 바뀌었다.
배 산업의 침체 원인 중 하나는 배에 대한 통념 때문이다. 배는 제수용 또는 명절선물용 과일이라는 고정관념과 과실이 커야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배는 명절 대목이 아닌 이상 평상시에는 소비율이 낮고 대과(大果) 선호현상 때문에 배 재배농가는 더 큰 과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배가 일상과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간식용, 가공용, 제수용 등 이용목적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고품질 배가 재배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 중인 배는 이른 추석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같은 품종이다. 전체 배 재배면적 가운데 ‘신고’ 품종이 86%를 차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배를 일상과일로 바꿔나가기 위해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품종개발과 현장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확기가 빨라 여름부터 소비할 수 있는 품종은 물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품종, 당도가 특히 높고 식미가 좋은 품종 등이 있다.
여름에 유통되는‘한아름’은 성인남성의 주먹정도 크기로 껍질이 얇아 깎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 ‘조이스킨’역시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품종이다. 또한 껍질을 깎은 뒤에도 과육색이 검게 변하지 않아 가공에 적합한 ‘설원’품종도 있다. ‘신화’품종은 숙기가 이른 조생종으로 올해처럼 이른 추석에도 소비할 수 있으며, 당도가 높고 식미가 매우 우수한 가정 소비용 녹색배 ‘슈퍼골드’도 있다.  
새로 육성한 우리 품종의 안정적 현장보급과 정착을 위해 시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2015년부터 ‘배 국내육성품종 확대 보급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전북 익산과 정읍에 ‘화산’품종을 확대 보급하였다. 앞으로도 전국 배 주산단지에 다양한 품종을 보급하여 숙기에 맞는 맛있는 배가 출하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속담에 ‘가을 고등어와 가을 배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가을에 수확한 배는 수분이 많고 당도가 매우 높아 혼자서 몰래 먹고 싶을 만큼 맛이 좋아 생긴 말이라고 한다. 9월 중순 이후부터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배가 본격적으로 시중에 유통될 전망이다. 이번 가을에는 며느리는 물론 온 가족과 함께 즐기는 과일로 우리 품종 배를 선택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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