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 식량산업기술팀장 
 
조선시대 대표적인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농업 진흥책 중 하나로 ‘편농(便農)’을 제안했다.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경지정리, 관개 및 수리 시설, 기계화 등이 해당될 것이다. 특히 기계화는 농업인 고령화와 농촌인구 감소로 인해 일손부족 문제는 물론 농업인 소득증대를 위한 농가경영비 절감방안 모색이 대두되면서 다각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 분야에서 농업의 기계화가 더딘 분야는 밭농사이다. 국립농업과학원이 2018년에 발표한 ‘농업기계 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밭농사 기계화율은 60.2% 수준으로 비닐피복 작업은 71.1%, 수확작업은 26.8%, 파종·이식의 경우 9.5%이다. 벼농사의 농작업 기계화율은 평균 98.4%이다. 이는 경운?정지, 이앙, 수확은 물론 방제작업까지 주요 농작업을 포함한 평균이다.
밭농사 기계화가 저조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농기계 운행이 어려운 지형이다. 우리나라 밭은 논처럼 경지정리가 된 곳이 적어 지형이 불규칙하다. 그동안 집단화된 밭을 대상으로 용수개발, 농로 정비 등을 추진하여 왔지만, 경사도 7% 이상의 경사지가 전체 밭 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밭농업 기계화에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밭농업 농가의 경영규모가 영세해 농기계 구입부담이 크고, 재배 작물이 다양한데다 매년 재배 작물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농기계 이용률이 낮다. 세 번째는 농기계를 생산하는 업체가 다품목 소량생산에 따른 농기계 개발 부담으로 단순 기종 생산에 치중하고 있으며 범용화 농기계 개발?보급은 초기단계에 있다.
농촌진흥청은 2022년까지 밭농업 기계화율 7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장 맞춤형 밭농업기계와 전과정 기계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밭작물 기계화 적합품종 개발과 재배양식 표준화, 밭작물의 논 재배 확산을 위한 배수개선 기술 개발, 밭작물 생산단지 확대와 선도 경영체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농협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밭농업 기계화 확대를 위한 현장 시연회를 개최하여 농업인에게 밭농업 기계를 선보이며 전 과정 기계화 기술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3년부터 마늘?양파, 고구마, 콩?참깨?잡곡, 감자 등 주요 밭작물의 재배단계별로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기계 개발과 현장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8년까지 8개 작물(콩, 고구마, 조, 기장, 수수, 팥, 녹두, 감자)에 대한 기계화 매뉴얼을 보급하였으며, 2019년에는 메밀, 율무, 콩(개정), 2020년부터는 유지작물인 유채, 참깨, 들깨, 땅콩 등 기계화 매뉴얼을 보급할 계획이다.
기계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계를 이용한 파종과 수확이 가능한 품종 개발도 중요하다. 꼬투리가 높게 맺는 콩, 넘어짐에 강하고 동시에 성숙하는 참깨 등 10작물(콩, 참깨, 감자, 고구마 등) 34품종을 개발했다. 올해는 44품종, 2022년에는 52품종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재배양식 표준화를 위해 기계파종과 수확에 적합한 두둑, 폭, 주간 등을 설정하고 기계 정식에 적합한 육묘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밭농업 기계화 선도단지와 농업경영체 육성을 통해 밭농업 기계화의 우수사례 발굴도 진행하고 있다. 김제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의 경우 74농가가 600ha의 논에 콩 생산 전 과정 기계화 기술과 2모작으로 우리밀, 보리,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기술을 보급한 결과, 콩 재배의 규모화는 물론 벼 단작 대비 2.7배의 농가소득 향상을 이룬 것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밭농업 농기계 신기종의 운용기술과 작목별 전 과정 실습교육 지원 등을 추진해 밭농업 기계 이용에 있어서 농업인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밭농업 기계화는 일손부족 문제를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력 절감효과로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벼 이외의 다른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식량자급률 향상도 이뤄낼 수 있다. 밭농업 기계화는 우리 농업의 패러다임을 변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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