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소재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부품산업과 조립산업의 조화로운 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은 불변의 사실이다. 그러나 소재산업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하고 과감한 지원과 중장기적인 안목의 기술개발, 그리고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부족과 완제품 위주의 조립산업 선호가 그간의 현실이었다.
소재·부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소요되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소재산업에 있어서는 기술적 성공여부를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발 위험도가 높고, 설사 기술적 성공이 있어도 데스밸리(Death Valley: 죽음의 계곡) 극복을 위한 자금부족 등의 문제를 극복해야 하기에, 경쟁력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찾기 보다는 오랜 기간 인내하면서 묵묵히 지원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100여년이 넘도록 가업(家業)을 이어받은 축적된 경험, 대중소기업간의 긴밀한 협업 구조 등의 3박자, 즉 산업생태계가 굳건하게 구축된 점이 화학·기계·소재 분야에서의 지위가 확고한 이유라는 것이 중론이다.
전북은 오랜 기간 탄소소재를 육성해왔다. 필자는 오늘의 대규모 투자와 국가적 관심을 이끌어내기까지 송하진 지사의 지속적인 노력과 묵묵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2006년부터 ‘꿈의 신소재-탄소’산업을 전북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인식하고 고집스러울 만큼 우직한 지원으로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온 결과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고성능 탄소섬유인 '탠섬'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의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탄소소재를 다양화하고 고급화하며, 부품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성형 시스템과 장비까지 연계 발전 시켜가는 전략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전북 방문은 매우 뜻 깊은 행사였다. 대통령은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개최된 총 1조원 규모의 탄소산업 ‘신규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책임 있는 경제 강국’이 되기 위해 핵심소재와 장비산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조하였다. 또한 특정국가 의존형 산업구조 개선을 위해 ▲탄소섬유 등 100대 핵심 전략품목에 최대 7조~8조원 투자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 모델 구축 ▲10년 동안 9000명 규모의 탄소산업 전문 인력 양성 등 지원 계획도 밝혔다. 바로 이어 전북도는 '세계 수준 한국탄소산업 수도 전북' 비전아래 국내탄소섬유 공급시장의 80% 점유 목표를 종합적으로 수행할 탄소산업진흥원 설립과 관련법의 조속한 개정을 건의하였다.
소재·부품산업의 육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와 과제 지원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정부와 지자체는 긴 안목에서 소재산업의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로드맵 수립과 지원을 담당하고, 산학연은 효율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축적해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는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전북도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우수 인력을 양성해 도내 기업에 공급하는 산·학·관 커플링사업이라는 전북형 인재양성프로그램을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본 사업은 도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을 공급한다는 측면 이외에도 특히나 인력 수급이 어려운 신산업 분야 인력의 양성을 통한 미래산업에 대한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이번 기회에 다양한 소재 분야와 신산업 부품 분야에 대한 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대학과의 협력이 한층 강화되었으면 한다.
자동차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기술원에서는 내년부터 본격 추진되는 상용차혁신성장관련 예타 프로젝트를 잘 활용해서 부품의 국산화와 시장 선점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전기차와 수소차 개발에 필요한 R&D에도 매진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소재의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며, 우수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것은 역량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육성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번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발판삼아 경쟁력 있는 소재 전문 전북기업이 탄생되고 육성되길 기대한다. 전라북도가 탄소를 포함한 ‘세계 굴지의 미래 핵심 소재·부품 전문 클러스터’로 대도약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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