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애가 학교다니랴 취업준비하랴 힘들텐데 이정도 기다림은 별거 아니지.”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온라인 예매가 활성화 되면서, 수년전 전주역 대합실을 가득 메운 풍경은 볼 수 없었지만 추석을 맞아 가족의 품으로 오는 자녀들을 위한 열차예매 발길은 이어졌다.

20일 오전 8시 전주역은 추석 연휴 호남과 전라선 기차표 예매를 기다리는 시민들 60여명이 대합실을 가득 메웠다.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전날부터 대합실을 찾은 시민들의 표정에는 피곤한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

코레일은 지난 설까지는 오전 9시부터 명절 열차표 현장 예매가 시작됐지만, 이번 추석 예매부터는 예매객들의 불편 최소화와 민원을 반영해 예매 개시를 오전 8시로 앞당겼다.

이날 오전 8시부터 2개의 개표 창구에서 예매권판매가 개시되자 역무원의 안내에 따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발권이 시작됐다.

대부분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인천에서 취직한 자녀의 표를 예매하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예매를 기다린 백희숙(58‧여)씨는 원하는 표를 예매해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백씨는 “사회초년생으로 고생하는 아들의 표를 예매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많았다”며 “무사히 표를 예매했으니, 이제는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좋아하는 스테이크를 준비해야겠다”고 기뻐했다.

발권이 시작되고 25분여가 지난 뒤 KTX 좌석예매가 끝남을 알리는 방송이 울리자 예매를 기다리는 이들 중 몇몇의 표정이 상기됐다.

올해 초 수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딸의 표를 예매하러 온 최정남(58‧여)씨는 “KTX 좌석 예매가 끝났다는 방송을 듣고는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이 수원쪽에서 오는 표는 구할 수 있었다”며 “온라인 예매로는 대기 순번이 길어 현장에 급하게 나왔는데, 표를 구할 수 있게 돼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추석부터 좌석예매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예매가 80%로 늘고, 현장 예매는 20%로 줄었지만, 입석이라도 구하기 위해 역을 찾은 것이다.

서울에 대학생 아들을 둔 김모(49‧여)씨는 “온라인으로 예매하려다가 실패해, 급하게 전주역을 찾았다”며 “귀향길에 아들이 좀더 편하게 내려왔으면 좋았겟지만, 입석이라도 구해서 다행이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이날 코레일에 따르면 전주역에서 오전 8시에 시작된 추석 승차권 예매는 오전 9시 41분에 종료됐고 110명이 찾아 322매가 발권됐다.

또 전주역을 제외한 전북지역 각 역사에 현장 발권한 이들은 모두 738명이 찾았었다.

전주역 관계자는 “온라인 예매가 활성화되면서 명절 열차표를 위해 전주역을 찾는 시민들은 점차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잔여석 예매를 받고 있으며, 오는 9월 6일 오전 10시부터 일부 구간은 좌석 일부 구간은 입석으로 구성된 병합승차권도 판매한다고 밝혔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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