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 강원도 고성·속초와 강릉·동해·인제 일대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피해는 막대했고, 정부는 국가재난사태 선포에 이어 해당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을 정도다. 산불이 커진 원인은 해마다 4월경 강원도 양양과 간성지역 사이에 부는 국지적 고온건조 강풍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농·산촌의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되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했음을 주지해야 한다. 해마다 봄철이면 농·산촌에서는 논밭을 소각하는 행위가 만연하다. 이 때 작은 산불들이 다양하게 발생하는데, 농·산촌 젊은 인구가 많았을 시절에는 대부분의 산불을 초기에 자체 진화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된 지금의 농·산촌에서는 작은 불씨가 산불로 진화해도 쉽게 알아차리기도 어렵고, 진화하기에는 더욱 어렵다. 결국, 산불이 커져야 신고하게 되고, 소방관이 출동하는 동안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게 보통이다. 미국에서도 사람이 거의 없는 공원 등에서 산불이 시작될 경우 최첨단 소방장비와 연방군을 동원하고도 산불을 쉽게 진화하지 못해 몇 달씩 고생한다. 전북 역시 해마다 산불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북지역에서 약 720여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이 때 52명이 숨지거나 다쳐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고, 재산 피해액 역시 같은 기간 전국 피해액의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매년 봄철이면 전북지역에 많은 소각행위가 이뤄지고, 다양한 산불이 발생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위기대응 태세를 완비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초기 진화 없이는 결국 큰 피해를 낼 수밖에 없음이다. 결국, 농·산촌에 젊은 농부들이 모여들어야 산불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요원하기만 하다.
최근 포르투갈에서도 몇 년째 산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내륙 지방에 살던 사람 수가 줄어들면서 숲과 땅 등 주변 환경 관리를 못 했더니 한 번 산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고 한다. 포르투갈 당국이 드론과 위성 등 비싼 첨단 장비를 다 써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런데 포르투갈 정부가 최근 새로운 비장의 카드로 염소를 선택했다. 염소는 숲속 덤불을 먹고 살기 때문에 산불이 번지는 걸 막아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이 프로젝트는 실험단계이지만, 지역 사람들은 염소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농·산촌에 사람이 아닌 염소의 낙원이 펼쳐질 날이 올 수도 있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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