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최근 일부 은행을 통해 금리 연동형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거액의 원금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된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DLS 판매 과정에서 투자위험에 대한 금융회사 판매 직원의 설명이 미흡했다는 불완전판매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예금과 똑같고 금리는 1~2%p 더 주는 상품’이라거나, '독일처럼 안전한 나라의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금융회사 직원의 설명을 믿고 투자했다는 것이다.
파생결합증권은 특정 금융상품의 가격이나 지수 등의 변동에 연계되어 투자수익이 정해지는 금융투자상품으로 크게 ELS(Equity Linked Securities)와 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로 구분된다. ELS는 주가에 연동되어 수익이 결정되며, DLS는 기본적으로 ELS와 유사하지만 주가가 아닌 금리, 신용, 원자재, 환율 등에 연동되어 수익이 정해진다는 차이점이 있다. 만기 또는 조기상환 시점에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예·적금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파생결합증권은 지난 2003년 처음 발행된 이후 저금리 기조 등의 영향으로 발행규모가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 3월말 기준 발행잔액은 ELS 74조원과 DLS 39조원을 합해 113조원에 달하는데, 같은 시점 주식형 펀드 잔고가 75조원임을 감안하면 투자자 저변이 매우 넓은 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파생결합증권은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투자위험도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가 상품 전반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파생결합증권 투자로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파생결합증권 투자시 기초자산 가격의 흐름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원금이 보장되는 ELS나 DLS도 판매되고는 있으나, 이는 전체의 약 30%에 불과하다. 따라서, 파생결합증권 기초자산의 미래 가격 수준이 현재 가격 수준보다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둘째로, 파생결합증권은 증권회사가 자기 신용으로 발행하는 무담보·무보증 증권으로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발행회사인 증권회사의 파산으로 채권자에게 지급할 돈이 부족하면 투자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또한, 은행에서 신탁이나 펀드에 파생결합증권을 편입시키는 형태로 판매되는 ELT(DLT)나 ELF(DLF)와 같은 금융상품은 예·적금과는 전혀 다르며, 파생결합증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위험을 부담한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파생결합증권은 다양한 구조로 설계되므로 상품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원금 손실 가능성, 손익 발생의 조건과 한도, 환매조건 등은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서두에 언급한 DLS의 경우를 보면 손익을 결정하는 기준 지표로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스왑(CMS, Constant Maturity Swap) 금리나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 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에 관심 있게 지켜보는 지표와는 거리가 멀다. 해당 기준 지표가 향후 어떠한 움직임을 보일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더욱이, 금융상품 구조가 복잡해지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여지는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회사 판매 직원이 ‘지금까지 손실 난 적이 한 번도 없는 안전한 상품’, ‘사실상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 등으로 설명하더라도 일반 투자자는 의구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금융상품 투자설명서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조그마한 글씨로 ‘과거 성과가 미래 수익률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다. ELS나 DLS 같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때에는 이 문구를 스스로 몇 배 확대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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