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2시쯤 체감온도가 30도에 육박한 전주 호성동 전주동물원. 더위로 명성 높은 ‘전프리카(전주와 아프리카 합성어)’ 동물들은 가마솥을 방불케 하는 더위와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빠 동물들이 잠만 자요.” 무더운 날씨 탓에 동물들은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몸을 웅크렸다. 모처럼 동물원을 찾은 아이들은 눈만 껌뻑이는 동물 모습에 적잖게 실망한 모습이다. 아이와 함께 동물원을 찾은 김모(40)씨는 “우리도 이렇게 더운데 털가죽을 뒤집어 쓴 동물들은 어떻게 하겠냐”면서 “절기상 입추도 지났지만 아직도 한여름 같다”고 말했다.

전주동물원 직원들은 동물들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극진하게 동물들을 보살피고 있다. 현재 관리 중인 동물만 104종에 628마리. 동물들이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각 동물사별 적정실내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실내에서 서식하는 동물들의 사정은 나았다. 더위로 인한 번식장애와 발육이상을 방지하기 위해 동물사 내실마다 환풍기와 대형선풍기가 환기를 위해 가동 중에 있었다. 냉방기가 가동돼 내실 온도가 25도 이하로 유지되면서 사실상 여름을 모르고 지냈다.

방사장 동물들도 제각각 방법으로 여름을 났다. 열사병과 일사병을 위해 설치된 차양막 아래는 따가운 햇살을 피한 코끼리와 하마가 자리했다. 호스를 이용해 코끼리와 하마에 물을 뿌려주면 큰 입을 벌려 시원한 물을 받아 마셨다. 방사장에 설치된 안개분무(스프링클러)도 열기를 식히는데 한몫했다.

동물들이 혹여 입맛이 떨어질세라 얼음과 함께 수박, 봉숭아 등 제철과일, 소금, 비타민제, 광물질 등도 제공됐다.

전주동물원 관계자는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모든 동물들이 한여름 무더위로 인한 더위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앞으로도 보호대책과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 지역은 이달 들어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오가며 폭염특보가 유지되다 이날 해제됐다. 폭염주의보(폭염특보)는 낮 최고기온이 33도(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지는 기상 특보다.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자가 78명 발생했으며 이중 2명이 숨졌다. 또 돼지 5000마리 등 가금류 30만4000마리가 폐사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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