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운마을 사람들

  국립민속국악원(원장 왕기석)이 대표 창극으로 기획한 ‘지리산’ 공개 연습이 9일 오후 국악원 연습실에서 열렸다.
  먼저 지리산 뱀사골 입구 산골인 남원 와운마을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인심좋고 넉넉한 품성과 함께 같은 마을에 사는 길상(손재영)과 반야(서진희)의 싹트는 사랑을 중심으로 하는 초반부를 보여줬다.
  이어 해방 후 여순사건을 거쳐 한국전쟁까지 지리산을 무대로 빨치산으로 활동한 길상과 반야가 일제 앞잡이에서 친미반공 정권의 앞잡이가 된 덕술(소원검)과 창룡(임재현)에 의해 지리산에서 쓰러지는 후반부를 연습했다.
  작곡가 황호준은 기존 수성반주에 피아노와 드럼 등 서양음악을 더하는 창극 음악의 확장성을 맛보여주며 본 공연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렸다.
  이번 공연은 왕기석 원장이 지난해 취임 이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으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류기형 예술감독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창극 ‘지리산’은 지리산 속 오래된 마을인 와운마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리산의 모든 역사를 지켜봐온 노고할매의 현신인 천년송에 의지하며 나눔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와운마을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마을 총각 길상과 처녀 반야가 있다. 일제강점기 말 어느날 일제의 앞잡이에 의해 길상과 반야는 강제 징용과 위안부로 끌려가고 마을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해방이 되고 우여곡절 끝에 마을로 돌아온 길상과 반야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결혼을 하고 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에 빨치산의 일원이 마을로 숨어들고 이를 토벌하기 위한 토벌대와의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하지만 결국 이에 맞서다 지리산 산속에 쓰러진다.  

▲ 길상과 반야.

길상과 반야 역할은 손재영과 서진희와 고준석과 백나현이 더블로 맡는다. 손재영-서진희는 15일과 17일 출연하고 고준석-백나현은 16일 무대에 오른다.
  방수미가 지리산의 역사를 품고 있는 노고할매역을 맡고 정민영과 김대길도 각각 할아버지(정령치)와 아버지(성삼대)역을 맡는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반야, 노고할매, 정령치, 성삼대, 반선집(박은선), 화개댁(최영란), 칠선댁(김현주), 한신댁(양은주), 임걸령(송세훈) 등 지리산 주요 봉우리나, 계곡, 고개 이름을 빌렸다.
  대본은 창극 ‘춘향만리’, 판소리극 ‘모돌전’ 등 많은 창극 작품을 집필해온 사성구 작가가 맡았다. 대본의 방향을 중간에 수정했지만 지리산의 아픔을 담아낸다는 큰 흐름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작곡가 황호준은 “음악을 어떤 고려나 간섭없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전권을 갖고 작업했다. 기존 창극과 결이 다른 음악을 기대해도 좋다”며 민속국악원 기악단과 함께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함께하는 음악을 예고했다.
  안무는 김유미, 조명디자인은 뮤지컬 ‘명성황후’의 조명디자인을 맡았던 최형오 등 국내 최정상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왕기석 원장은 “격동의 역사 속에서 상처 받은 영혼들을 위로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해원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라며 “올해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15일 오후 3시, 16일 오후 7시 30분, 17일 오후 3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열린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선착순 예약제로 전화(063-620-2324~5) 및 카카오톡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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