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奉仕). 한자로 받들어 섬긴다로 풀이되는 이 단어를 사전은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을 바쳐 애쓴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달 몽골 울란바토르시 항올구 12동 비오콤비나트 지역에서 진행된 나눔천사봉사단의 해외봉사는 사전적 의미의 봉사만으로는 설명에 부족함이 따랐다.
몽골 주민과 울고 웃으며 함께한 시간은 가슴 한편에 남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으로 자리 잡았다.
첫 경험이라는 설렘과 짧은 만남을 뒤로한 이별이라는 아쉬움이 공존한 몽골 해외봉사의 순간을 끄집어 봤다.<편집자>

2148km 거리만큼 익숙지 않은 나라 몽골을 지난달 23일 5박7일 일정으로 찾았다. 한때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한 몽골은 한반도 7.4배에 해당하는 156만7000㎢의 광활한 국토를 자랑한다.
‘땅 위의 자유를 찾아’라며 몽골의 매력을 선전한 한 항공사의 광고처럼 몽골은 끝을 헤아리기 어려운 천혜의 고원, 대초원, 사막지대 등 자연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푸른 하늘을 활공하는 매와 대지를 달리는 말, 해질녘 풀 뜯는 소, 밤하늘 수놓은 별은 보는 이로 하여금 평온함과 여유로움을 만끽하는데 부족함 없었다.
자연환경만큼 이곳의 사람들은 자연을 닮아 있었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푸근한 인상에 해맑은 웃음과 순박함으로 이국에서 찾은 봉사단을 반겼다. 봉사단원이 안녕하세요를 뜻하는 “생배노”(CАЙН БАЙНА УУ)를 어설픈 발음으로나마 내뱉노라면 몽골 주민들은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인사말 뒤로 이어진 낯선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호의를 나누는데 중요하지 않았다.
몽골 주민들과의 만남은 이튿날인 24일부터 본격 시작됐다. 나눔천사봉사단이 항올구 12동 주민센터에 들어서자 몽골 주민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수줍은 듯 엄마의 바지춤을 부여잡고 숨는 아이, 풍선으로 만든 칼 강아지 꽃팔찌 등을 건네받고 신난 아이, 서걱서걱 몇 차례의 가위질로 말끔해진 여성, 분홍빛 매니큐어가 흡족한 여성 등 얼마 지나지 않아 봉사단 주변에 구름인파가 형성됐다.
주민센터와 인접한 10번 학교(초등학교 상당)에서는 월드프렌즈 청년봉사단 대학생 25명의 교육 및 문화교류가 한창 진행 중에 있었다. 방학을 맞아 갈 곳을 잃은 아이들에게 교육 및 문화교류의 장은 흔치 않은 놀이로 받아들여졌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호에 맞춰 우르르 뛰놀고, 한국 전통 놀이인 딱지치기를 어설픈 솜씨로 선보이는 봉사단원에 까르르 웃는 등 기운차고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이었다.
몽골 아이들 사이에서도 K-POP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 아이들은 재생되는 아이돌 노래가 익숙한지 흥얼거리며 춤을 곧잘 췄다. 자신이 만든 나무젓가락 고무줄 차에 BTS를 써놓은 나모(Honyyh·14) 양은 BTS라는 공감대 앞에서 처음 수줍은 모습을 뒤로 BTS 팬 아미(ARMY)라 소개하며 노래 제목을 막힘없이 읊었다.
선발대 격인 청년봉사단으로써는 일정의 후반, 나눔천사봉사단에겐 일정의 중반이라 할 25일에는 한국과 몽골의 문화페스티벌이 진행돼 각자의 장기를 선보였다. 청소년봉사단은 K-POP 댄스부터 태권무, 분리수거 인식개선을 위한 인형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한국 문화를 알렸으며. 몽골 아이들은 전통노래 장가, 기예공연 등으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일정의 끝을 알리는 문화페스티벌이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자 행사장 곳곳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달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잊지말라” “연락하자” 등 몽골 아이들의 말에 청소년봉사단 단원들은 일순 뭉클함을 느꼈다. 몽골에서 진행된 봉사활동은 일방적인 돌봄에서 봉사단원과 몽골 현지인의 나눔으로 서로 간에 작용했다.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는 친구의 조언으로 올해 처음 해외봉사에 합류한 김지은(한일장신대 3학년·23) 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5월 합격 발표 뒤 3차례에 걸친 합숙훈련은 무엇을 할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서 처음 만나는 학생들과 한 팀을 꾸려 직접 봉사일정을 세우는 등 힘든 과정이었다. 힘든 순간도 잠시 몽골에 도착해 팀원들과 차차 적응해 몽골 아이들을 만나다보니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지은 씨는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친구가 왜 좋다고 했는지 원망도 했는데 지금은 다르다. 많은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후배들한테 해외봉사를 추천할 생각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몽골 항올구 12동 동장 역시 10년간의 교류에 감사를 표했다. 체른덜거르 동장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버스정류장부터 10년 동안 변치 않는 우정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곳에서 전주까지 거리로는 2148km인데 우리는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몽골과 전주시자원봉사센터는 한 가족으로 마음의 거리는 0km라 생각한다. 소중한 인연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사단법인 전주시자원봉사센터는 지난 2009년부터 몽골 항올구와 10년의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전주지사원봉사센터는 10년의 우정을 기념해 전주를 상징할 수 있는 전주형 버스승강장을 선물, 겨울철 영하 30~40도의 혹한 사정을 고려해 탄소발열의자를 승강장에 설치했다. 승강장 재료부터 디자인 및 설치까지 전주에 있는 강소기업 유니온CT(대표 임동욱)에서 진행했다.
전주시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한 이번 해외봉사에는 교육부와 월드프렌즈코리아 후원으로 대학생 25명과 인솔자 3명 등 28명이 지난 13일부터 2주간 교육 및 문화교류 봉사활동을 펼쳤다. 또 이·미용, 뷰티플러스 한국기자협회 전북지부 소속 기자 등 19명은 지난 23일부터 1주간의 재능나눔, 전주형 버스승강장 기증,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 해외봉사 업무협약 체결,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 및 아동복지시설 2개소 장학금 180만원 전달 등을 진행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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