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이하 전북콘진원)의 ‘레드콘(Redcon) 음악창작소’ 사업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뮤지션들을 지원 육성하는 취지와 달리 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유명 뮤지션을 중심으로 하는 ‘레드콘 뮤직 페스티벌’을 추진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방향뿐 아니라 뮤지션들의 전용 공간도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어 사업 전반에 걸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전라북도 레드콘 음악창작소는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의 지역기반형 음악창작소 조성사업에 선정되어, 지역 뮤지션들의 창작활동과 안정적인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뮤지션 발굴, 멘토링, 음반 및 공연제작 등 지원을 하고, 쇼케이스, 상설공연 등을 통해 도민들이 음악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사업.
  지난 2년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전주세계소리축제와 같이 진행하면서 벼리국악단, 이상한계절, 이창선대금스타일, 모던판소리, 뮤즈그레인, 오감도, 가악 프로젝트 등 지역에 뿌리를 둔 뮤지션들을 발굴, 지원하면서 전국적으로도 성공한 유형으로 손꼽혀 왔다.
  올해는 소리전당·소리축제 대신 다른 사업파트너를 정하고 지난 4월말 오디션을 통해 마메든, 황휘현 밴드, 슬로우진, 힐긋, 해치아이 등 5개 팀을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오는 10월 12일 익산종합운동에서 열리는 ‘레드콘 뮤직페스티벌’이다.
  전라북도와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이 공동주최하고 익산시가 후원하는 이 공연의 입장료는 1인 38,000원. 지난달 중순 인터넷 예매를 시작했고 현재 예매율도 20% 선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예매 사이트에는 올해 새롭게 선정된 마메든, 황휘현 밴드, 슬로우진, 힐긋, 해치아이의 이름은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10cm, 데이브레이크, 소란, 정승환, 딤나영, 정세윤, 윤딴딴, 샘김, 디에이드 등 뮤지션만 소개돼 있다. 일반적인 상업공연과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물론 ‘레드콘 음악창작소’에 관한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공연에만 수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국민세금으로 지역 뮤지션을 육성한다는 레드콘 취지는 보이지 않고 일반 상업 공연으로 둔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음악창작소 개소식에서 전북도가 밝힌 ‘레드콘을 밑거름으로 세계 속의 한류기운이 전라북도에 모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특화하겠다’는 방향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화예술인 A씨는 “레드콘 뮤지션을 위한 공연이라면 주인공은 올해 선정된 5개 팀이 되는 것이 당연한데 오히려 이름도 못 밝히는 신세인 것처럼 보인다”며 “혹여나 10cm 등 9개 유명 뮤지션의 상업 공연에 들러리로 서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월 문을 연 음악창작소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6일 오전 방문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앞 레드콘 음악창작소는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오가는 사람도 청소도 제대로 안된 듯 2층을 오르는 계단과 준비실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는 실정이다.
  문화예술인 B씨는 “얼마 전 우연히 이곳을 찾았을 때도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며 “예산을 들여 만든 좋은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북콘진원 관계자는 “레드콘 뮤직페스티벌은 유명 뮤지션 무대에 레드콘 5개 뮤지션을 올려 인지도를 높이려는 계획으로 추진됐으며 5개 뮤지션은 ‘히든’으로 나중에 공개할 계획이었다. 또 주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음악창작소에 상주하는 인력이 있으나 녹음 계획 등에 따라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간 청소는 주 1회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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