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요즘 자동차 운행시 여기저기 울리는 경고음에 신경이 쓰일 때가 있다. 주행 중에는 차선을 벗어나지 말아야 하고, 차선을 바꿀 때는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 앞차와 간격이 너무 줄어들거나 돌발 상황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바로 경고음이 울린다. 그런데 이런 경고들이 자율주행과 밀접하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율주행을 먼 미래의 기술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의 6가지 단계를 정의한다. 0단계는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일반자동차, 1단계는 자동 속도조절 장치인 크루즈(Cruise), 운전보조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 2단계는 차선 유지(LKAS, Lane-keeping Assistance)와 속도제어 적응형 순항 제어 장치(ACC, Adaptive Cruise Control)를 하면서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 3단계는 차선을 변경하면서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 4단계는 운전자가 제어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 마지막 5단계는 운전자와 운전대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다.
최근의 신차 대부분은 2단계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고 있는데, 이는 차량이 진행되는 방향인 종(從)방향에 대한 인식과 판단, 제어만 관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심플기 때문이다. 그러나 3단계 이상부터는 기능과 작동이 복잡해진다. 차선 변경이 필요하기에 진행 방향에 더해 앞뒤, 좌우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자율차와 일반차가 동시에 운행되는 상황에서는 무수한 운전 방해 요소와 위험한 운전 행태를 인식하고 판단해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현대 사회의 거주 형태, 일하는 방식 등이 크게 바뀐 것보다 자율주행차로 인한 변화는 더 드라마틱해질 거란 예측이다. 사회적 약자의 차량 이용이 용이해지고, 상업적으로는 온디맨드(On-demand)서비스가 활성화 된다. 지금까지 신발을 사기 위해 고객이 가게를 찾았던 방식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자율차가 고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뀐게 된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도 획기적으로 감소한다.
사람들의 온라인 구매와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간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물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주행 기반 상용차에도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자율주행 트럭의 대표 주자인 볼보는 여러 대 트럭의 군집주행(플래투닝) 기술을 통해 물류비용 절감과 연료 소비 15% 절감을 실현한 바 있다. 지난 9월에는 자율주행 전기트럭 ‘베라(VERA)’를 공개하고 스웨덴 내 항구와 물류센터간의 화물 운송을 개시했다.
자율주행 상용차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과정이 필요한데,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수다. 승용차 자율주행을 준비하고 있는 테슬라나 우버가 실증을 쌓아가고 있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 사고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하물며 상용차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사고에 따른 손실이 엄청나게 크다. 청소수거 차량, 택배 차량, 광산 차량 등에 국한되는 서비스 시장을 확대하는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 당연히 법적인 요건이 마련되어야 하고, 실증에 제약이 되는 규제가 있다면 확 풀어야 한다.
상용차 생산의 거점인 전북도에서는 2020년부터 자율주행 상용차 개발과 개발된 차량의 실증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새만금 방조제 하부도로를 활용한 자율주행차 실증을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이 내년 정부 예산에 반영되었다. 기 준공 운영 중인 새만금주행시험장(SMPG)에서 자율주행 <기술구현>단계를, 구축될 테스트베드에서 <기술확인> 단계를 진행한 다음 신항만과 연결되는 도로망을 통해 <기술보급>을 실현하는 명실공히 상용차 자율주행의 중심지가 된다. 범정부적으로 추진되는 자율주행 예타에는 상용차관련 서비스 기술도 검토되고 있다. ‘상용차 혁신성장과 미래형 생태계 조성’ 예타 사업으로 구축되는 Co-Lab 센터에는 자율주행 관련 장비가 구축되고, 테크비즈 프라자에는 관련 기업 유치가 추진된다. 벌써 SMPG에 자율주행시대를 견인할 기업이 입주해 우리 기술원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 자율주행 기술에도 장단점이 공존한다. 그러나 자율주행 상용차가 제공하는 장점이 훨씬 크기에 기술이 상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본다. 지금껏 인간을 이롭고 편리하게 하는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엄청난 속도로 일상생활에 침투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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