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일부 개발도상국(개도국)에 대한 특혜조치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 농업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WTO에 개도국지위 규정을 90일내 개정토록 촉구한데 이어 미 무역대표부에 중국을 비롯해 멕시코, 한국 등 일부 국가를 지목해 부유한 국가들이 개도국으로서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이미 지시한 상태기 때문이다.
한국은 WTO체제에서 개도국으로 인정받으며 국내 농업보호를 위해 많은 혜택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최대 1조4900억 원까지 지급할 수 있는 농업보조금정책과 함께 국내농업에 타격이 큰 수입농산물에 대한 높은 관세부과를 통해 농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1월 미국은 WTO 일반이사회에서 개도국 지위 결정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특별대우를 이용할 수 없는 회원국 기준을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세계은행이 분류하는 고소득 국가,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0.5% 이상 국가 등 4가지다. 이에 해당하는 국가는 개도국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한국은 한두 가지도 아닌, 4가지 모두를 충족하는 유일한 국가다. 미·중무역 갈등에서 중국을 겨냥한 카드라지만 결국 한국 역시 심각한 피해를 걱정해야할 상황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한국은 농업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이미 선진국에 상응하는 시장개방조치를 취하고 있다. 개도국의 지위를 내려놓으려면 WTO회원국들 간의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졸업 하는 시기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로 인한 피해는 농업분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은 WTO가 조치를 미룰 경우 단독으로라도 개도국 대우 철회를 실시할 것임을 분명히 해놓은 상황이다.
국내쌀 보호를 위한 현재 수입쌀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513%의 고율 관세는 유리벽에 다름 아니다. 더 이상 정부 보호아래 농업이 안주 할 수는 없단 의미다.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농업비전과 자립영농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농업개방은 결국 ‘농도전북’이 첫 희생양이 된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급해졌다. 전북농업의 심각한 위기가 바로 앞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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