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농업 관측과 통계간 불일치, 크게 떨어지는 정확성, 이로 인한 수급정책의 혼란 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농업관측'에서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잡았다. 점차 날씨와 작황이 예상보다 좋아졌기 때문이다. '농업관측 7월호'에서는 양파 생산량을 132만4,000톤까지로 높여 잡았다. 그런데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파 생산량은 이 보다 많은 137만8,000톤이었다. 당초 산지에서는 양파 생산량을 140만 톤으로 예상했었다. 사상 최대의 생산량을 기록하면서 양파 가격은 폭락했고, 양파 농가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정부는 관측 값이 크지만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양파 대란을 겪고 있다. 불확실한 통계청 조사 결과도 의심스럽지만, 부정확한 정보를 모아놓고 부적절한 대책을 발표하는 정부 역시 농민들에게는 무책임해 보인다.
양파뿐만 아니라 보리와 마늘 등도 전망치와 통계치는 큰 차이를 보이며 농민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농민들은 내년에 어떤 작물을 재배해야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농업관측과 통계의 불일치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관 간 협업과 관측기법 개발 등을 주문했던 게 처음은 아니다. 농민들은 데이터가 너무 기초적이며, 세밀하지도 못했던 때문에 고생한 경험을 토대로 최소한 농산물의 효율적인 수급안정을 위해서라도 농업통계와 관측정보를 생산하는 기관간의 정보공유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놨었다. 정부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도매시장 가격·반입량,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소비지 유통량 및 산지 생산량, 농촌진흥청의 지리정보시스템 데이터와 기상정보, 산지생산유통조직의 자체 계약·수매·저장 현황,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가격 및 생산량 예측 자료, 통계청의 생산 면적 자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소매정보, 농협의 하나로마트 소매가격·물량 데이터 등을 토대로 수입량 결정이나 수매·비축 등 수급조절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이들 기관마다 자료를 제한적으로 공개할 뿐만 아니라 단기 가격전망이나 도소매가격 등 단순 데이터만 제공하고 있어 정확도 높은 수급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오래 됐다. 특히, 기관마다 데이터 오차범위가 커 수급조절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물론,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결정하는데 혼란만 주고 있다는 지적도 단골 메뉴다. 농업분야 빅데이터가 제대로 작성되고 공개되지 않는다면 농가는 정부 대신 유통 상인들을 신뢰하게 된다. 정부는 농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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