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까진 못해도 매국은 안하려구요. 일본 맥주 맛도 없잖아요. 이번 기회에 우리를 만만히 봐선 안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한다는 명목 하에 수출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 태풍의 눈이 되어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확산된지 4주차에 돌입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7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호남권에서만 60%가 현재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전북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유통업체 역시 고객들의 요구사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

대형유통업체들은 본사의 지침상 적극적인 불매운동을 참여하고 있진 못하지만 행사매대를 치우거나 할인행사 등을 축소·폐지하는 등 도민들의 감정에 공감하는 판매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원래 기획돼 있던 일본맥주 할인 행사나 또는 행사 매대를 모두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경우 정확한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일본 제품 매출이 크게 축소됐다고 귀띔했다. 향후에도 판매 수치가 오르기는 힘들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을 찾아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 위해 장을 보러 온 김동현(27, 전주시 효자동)씨는 "일부러 집에서 더 가까운 롯데마트를 가지 않고 이쪽으로 왔다"며 "국내제품만 사용한다기 보다는 일본 제품을 절대 구매하지 않는게 더 맞는것 같아서 일부러 장 볼 때도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로마트 전주점 또한 마트를 찾는 시민들이 일본제품을 파는 것을 지적할 정도로 불매운동의 열기가 피부로 와닿는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현재 공식적으로 불매운동에 동참한 지점은 양재점과 창동점에 불과하지만 우리 역시 점장재량으로 일본제품 판매를 지양하려고 노력중이다"며 "같은 마음으로 동참하는게 옳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소매점의 경우엔 보다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전북대학교 구정문에 위치한 나들가게는 가게 앞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운영하고 있다.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원래도 일본제품을 거의 취급하지 않고 담배 몇종만 팔아왔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팔지 않기로 했다"며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불매운동을 이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관계기관들도 일본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재)경제통상진흥원은 기업피해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피해 예상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일본과 관련된 지원사업도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전북교육청 역시 김승환 교육감일본으로의 공무 출장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지침과 함께 일본 현장 체험학습도 지양할 것을 당부했다.

이밖에도 일본산 자동차 수리를 거부하거나 주유를 거부하는 등 일본산 제품에 대한 감정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불매운동 분위기는 더욱 뜨겁게 타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소비자정보센터 김보금 소장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가는 지금의 불매운동은 응원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며 "이번 기회로 소비자들은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정부는 시민들의 생활이 걸린 일인 만큼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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