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용 전북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고 이주일 씨를 비롯해 영화배우 신성일 씨까지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폐암으로 잇따라 사망하면서 일반인들의 폐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가 있었다. 폐암은 기관지나 폐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이러한 폐암은 발생빈도에 있어서는 남성에서 위암, 대장암에 이어 3위의 빈도를 보이고 여성에서는 5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암사망률(암으로 인한 사망률)에 있어서는 남녀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가장 위협적인 암종이라고 할 수 있다.
 폐암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수술적 절제로 완치가 가능한 1, 2기 환자가 전체 환자의 20% 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 80% 환자가 3기 이상으로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이 되며 전이가 이미 발생한 채로 발견되는 4기 환자가 40% 이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술적 절제를 시행한 1,2기 환자라도 약 50%에서 재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폐암의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암 등록 통계사업을 보더라도 폐암에 걸렸을 경우 5년 후 생존율이 폐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5분의 1(19.7%)로 떨어진다. 이는 진단 5년 후 생존율이 낮아 ‘걸리면 이미 사망선고’라는 간암(26.7%)보다 위험한 수치다. 하지만 폐암은 전이가 되기 전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46.3%로 높아진다. 폐암은 곧 죽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폐암도 초기에 발견되면 완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폐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 기침, 혈당, 체중감소 등을 들 수 있다. 다른 증상으로는 객혈, 흉통, 숨쉴 때 쌕쌕거림, 피로, 식욕감소, 목쉼, 연하곤란 등이 있을 수 있다. 폐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 전이된 장기에 따라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폐암의 뇌전이 환자는 두통, 어지러움, 보행실조 등이 나타나고 뼈로 전이된 경우 뼈에 통증이 심할 수 있으며 척추에 전이된 경우 갑작스런 하지마비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폐암은 상당히 진행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증상이다. ‘조용한 암’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까지 상황이 악화된 후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 안타까운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병원에 내원하는 폐암 환자 대다수가 증상이 없이 건강 검진이나 다른 질환의 검사 중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폐암검진의 효과가 증명된 검사방법은 고위험군에서 저선량 흉부컴퓨터 단층촬영(low dose chest CT)이 유일하다.
 미국에서 진행한 National Lung Screening Trial (NLST)의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무증상의 55-74세 5만3,454명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을 이용한 폐암 선별검사는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2011년에 최초로 보고하였다.
 이에 국내에서도 2014년 11월에는 국가암검진권고안제개정위원회에 속한 폐암검진 권고안 제정위원회에서 폐암검진 권고안(초안)을 발표하였으며,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금연 후 15년이 경과한 과거 흡연자는 제외) 55-74세인 무증상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CT를 이용한 폐암선별검사를 1년 주기로 매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담당부서인 보건복지부에서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CT를 통해 폐암검진 시범사업을 진행하였고, 실제로 전북대학교병원에서도 폐암검진 시범사업을 통해 전체 수검자 683명 중 7명의 폐암 확진자를 발견해 장기흡연자들의 폐암검진의 중요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범사업이후에 국내에서도 폐암검진의 타당성을 인정받아 오는 8월부터 30갑년 이상 흡연중인 혹은 과거 흡연자(최근 금연)를 대상으로 국가폐암검진 사업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특히 전북대학교병원은 국가폐암검진 권역별 질 관리센터로 지정받아, 폐암검진 사업을 시행하는 충청, 호남, 제주도 지역의 폐암검진 기관들이 정확하고, 원활하게 폐암검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등 지역민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폐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금연과 정기검진이다. 특히나 장기흡연에 노출된 고위험자라면 이번에 새로 시작되는 폐암검진사업을 통해 폐암으로부터 건강과 생명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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