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날 진상품 전주부채

오피니언l승인2019.07.15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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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
 
 
여름날 사람들과 늘상 같이하면서, 한더위를 식혀주던 부채는 이제 그 기능을 선풍기와 에어컨에 내주고 잠깐씩 더위를 쫓거나 장식용, 햇빛가리개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도 더운 여름이면 으레 부채가 등장한다.
전주부채는 임금에게 올리는 진상품으로 유명하다. 전라감영에 선자청을 두고 부채를 제작, 관리하여 조정에 올려보냈다. 그 규모가 대단했음은 선자청 건물이 감영 안에 4채나 있었있었던 것으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진상품 단오선 부채 제작은 전라감사가 잘 챙겨야 하는 업무였다. 순조임금이 서유구를 전라감사로 임용하면서 내린 교유서에 전라도의 종이와 부채 제작의 폐단을 말할 정도이다. 감사를 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장에 부채를 관장하는 선장비장이 따로 있었다.
서유구가 전라감사로 있으면서 기록한 일지 『완영일록』에 보면, 그는 진상품 부채 제작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순조 34년(1834) 2월 3일 서유구는 진상용 부채를 잘 만들 것을 다음과 같이 명하고 있다.
‘3월 13일까지 전라감영에 올리되, 모양이 가지런하지 않고 도배가 꼼꼼하지 못하거나, 대나무에 칼자국이 있고 종이가 형편 없거나, 옻칠색이 밝고 윤기가 나지 않거나, 장식이 튼튼하지 않은 부채가 하나라도 있으면 퇴짜 시킬 뿐만 아니라, 아전과 향임의 죄를 따져 물을 것이다.
그런데 또 이런 명을 전주에만 내린 것이 아니었다. 전주를 비롯해 나주, 광주, 남원, 순천, 담양, 장성, 영광, 순창 등지에도 내리고 있다.
진상품 부채를 전주에서만 제작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라도의 여러 군현에서 진상용 부채를 만들어 전라감영에 올리면 감영에서 품질을 살펴 조정에 올렸던 것이다.
전주부채는 진상용으로만 쓰인 것이 아니었다. 1833년 4월 25일 전라감사 서유구는 궁술 시험을 실시하고, 아침식사 후에 견여를 타고 읍양정에 당도해 합격한 무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내어준 뒤에 상으로 부채 2자루씩을 선사하고 있다.
이해 5월에는 전라감영에서 운영하는 학교 희현당에서 백일장을 열고 합격자들에게 부채 2자루씩을 상으로 주었다. 부채는 이처럼 관에서 주는 포상용으로도 널리 쓰였다.
유희춘의 일기 '미암일기'에는 그가 선조 4년 1571년에 전라감사로 있으면서 기록한 일기가 들어 있는데, 여기에 보면 전라감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는 대표적 물품이 부채, 종이, 먹, 갈모 등이었다. 그를 찾는 사람들이나, 일가친지들에게 으레 주는 선물이 부채였다. '미암일기'에는 도처에 이런 기록들이 있다.  
조선후기에도 부채는 전라감사를 비롯해 전라도 지방관들의 선물로 널리 쓰였다. 중앙의 고관이나 일가친지 등 전라도 지방관들의 대표적인 선물 품목이 부채이다. 고종 2년 1865년 경기전과 조경묘 수리시 참여했던 마한량도 편지를 보내면서 종이와 부채를 선물로 보냄을 써 놓고 있다.
전라도 부채는 진상용 단오선 만이 아니라 전라도 관아에서 공적 용도로, 또 지방관들의 사적인 선물용으로도 넓게 쓰였다. 전라도 관리로 가면 그가 으레껏 보내야 하는 선물이 부채였던 것 같다.
예전 기록들을 보면 전라도 부채들이 얼마나 넓게 많이 쓰였는지 놀랍고 새롭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단오날 진상품 부채를 전라감영, 경상감영, 삼도수군통제영 등에서 올렸지만, 그 중 최고는 전주와 남평(나주)에서 만든 진상품이었다.
지금도 부채라고 하면 전주부채를 꼽는다. 우리 지역에 국가무형문화재 선자장도 있고, 도 문화재 선자장도 여러분 있다. 비록 부채의 실용성은 냉방기에 내주었지만, 장식성, 예술성, 전통성 등은 남아 있다. 전주부채가 그 전통성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관의 적극적인 정책과 민의 애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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