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관 동부민요에 물들이는 ‘계현순의 맛춤’이 18일 오후 7시 30분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계현순의 ‘춤 모노드라마 일곱 번째 이야기’이기도 한 이번 공연은 그가 추구해 온 춤 세계가 무르익었음을 알리는 무대다.
  “춤으로써 감투를 바라지 않았고 건투하는 츰꾼이 되련다. 일찍이 계보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자기류를 만들기에 정진해 왔다”고 한 윤중강이 평론처럼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창조적 춤세계 구현에 정진해 온 계현순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 계현순 살풀이

  모두 3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걸어온 인생의 길을 회상하는 정선아리랑으로 막을 올린다.

  초장은 ‘귀토’
  힘든 인생에서 자유롭고 싶음을 표현한 ‘귀무’가 상주아리랑의 슬픈 가락에 실린다. 이어 상엿소리에 신칼대신무가 펼쳐진다. ‘신칼대신무’는 고 이동안 선생으로부터 전수되어 문일지 선생에 의해 재정립되었으며 국립민속악원에서 계현순에 의해 재연되었다. 영혼을 달래며 공중에 머무는 듯한 지전의 풍성한 움직임은 마치 하늘로 향하듯 단아하고 정갈하다.
  중장은 ‘희롱’
  젊은 시절 즐겁게 뛰어 놀던 놀이와 흥을 돋우는 한판의 매력적인 춤 ‘희무’가 경상도 민요 ‘치이야 칭칭나네’ 가락에 얹어지며 3개의 북을 가지고 흥을 돋우는 삼고무가 이어진다.
  장고춤과 설장고가 함께 농익은 계현순류의 ‘농무’는 영동아리랑 가락과 함께 한다. 능청능청 흥겨 우면서도 여인의 자태를 아름답게 만들어 내는 1단계는 영동아리랑에 맞추어 어깨에 비스듬히 둘러멘 장구로 농(弄)을 하는 맛깔 나는 춤에서 2단계로 들어서면 장구를 허리에 잘록 메고 신명난 설장고 가락으로 멋과 흥은 절정에 다다른다.
  종장은 ‘백발’
  계현순이 자작시 ‘무무현(無舞軒)’에 담긴 ‘백발가‘가 붓글씨로 고운 한지에 내려앉고 계현순류의 살풀이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계현순류 살풀이는 고 박병천 선생의 구음살풀이에 맞추어 추어지고 있으나 공연에서는 박수관의 구음과 함께 한다. 세월의 희노애락을 함께한 인생의 무게를 담고 백발의 한을 겸허히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춤사위는 계현순만의 독특한 시적인 몸사위의 백미다. 수건을 공중으로 던지는 사위나 입으로 애처롭게 물어올리는 사위는 계현순의 살풀이춤에만 있는 특징이다.
  이날 공연도 인생의 한을 노래한 ‘한오백년’과 계현순의 즉흥무로 막을 내린다.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9호 동부민요 예능보유자인 박수관은 구슬프고 처량한 느낌을 주는 동부민요로 계현순의 춤과 하나가 된다. 동부민요는 한반도 동쪽 지역에 전승되는 민요로 기백이 넘치면서도 애잔한 메나리조다.
  계현순은 1980년 서울시립무용단에 입단한 후 국립민속국악원 무용단 안무자와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남원에 예사랑 춤터 무무헌을 개관, 춤의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계현순은 “춤은 맛나야 한다. 박수관의 동부민요가 함께 어우러져 진실된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맛난 밥상을 차려본다. 늘 새로움을 찾아 헤메이고는 결국 엄마의 품으로 돌아오듯이 우리는 옛 것에 젖어들며 엄마의 맛을 그리워한다”며 “모든 이의 입맛이 다 다르긴 하겠지만 누구든지 부담없이 정감있게 보고, 듣고, 맛보며 나 자신 스스로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또한 모두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이길 바라며 인생의 공감대를 느끼는 춤 모노드라마이기를 갈구한다”고 전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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