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칠보면 무성리에 자리한 무성서원(사적 제166호)은 우선 우아한 건축미가 인상적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반듯한 선비의 풍모도 묻어난다. 게다가 녹음까지 어우러진 7월의 풍경은 아름답고, 분위기는 한껏 여유롭다.

출입문을 지나면 유식공간인 현가루, 학습공간인 명륜당,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이어지는데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의 짙푸른 잎들이 운치를 더해준다.

유서 깊은 문화유산의 고장 정읍의 대표적인 문화자원인 무성서원이 세계 인류가 지켜나가야 할 문화유산으로 거듭났다.

유네스코는 지난 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WHC)는 무성서원을 포함한 9개 서원을 엮어‘한국의 서원’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오늘날까지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하는 한국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라며 "성리학 개념이 여건에 따라 변화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계유산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1천여년의 역사를 지닌 무성서원은 1615년 서원으로 출발했다.

태산서원으로 불리다가 숙종 22년인 1696년 사액(賜額)을 받아 무성서원으로 개칭됐다. 고종 5년(1868년) 흥선대원군의 대대적인 서원 철폐령 속에 살아남았던 전라북도 유일의 서원으로, 당시 전국적으로 47개의 서원만 남았는데 전라도에서는 무성서원과 장성 필암서원, 광주 포충사만 헐리지 않았다.

무성서원 사당 한가운데에는 고운 최치원(857년 ~ ?)의 위패와 초상이 모셔져 있는데, 그는 신라 말 태산(지금의 태인, 칠보 일대)의 태수를 지냈다.

무성서원은 그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운 생사당(백성들이 감사나 수령의 선정을 찬양하기 위하여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부터 제사지내는 사당)인 태산사가 뿌리로, 고운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무성서원은 고운이 태산군의 태수로 부임한 886년경부터 계산하면 1,10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무성서원을 찾은 이들은 “폐쇄적이지 않고, 건축물이 간결하며 모든 건축물의 높이가 동일한 것에서 민(民)을 향한 따뜻한 배려심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은다.

서원 건축물들도 마을을 항해 열린 공간으로 구성돼 서원 영역 전체를 관통한다.

이흥재 무성서원 부원장은 “ ' 비움의 담백함' 이라는 우리 아름다움의 건축미를 느낄 수 있는 절묘한 조형물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반듯한 선비의 모습 그대로”라고 평했다.

또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육공간이기도 하지만 마을사람들이 모여서 소통했던 장소가 무성서원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무성서원은 배향 인물도 많다. 고운과 불우헌, 서원 인근에서 활동하던 영천 신잠(1491~1554)과 눌암 송세림(1479~1519), 묵재 정언충(1491~1557), 성재 김약묵(1500~1558), 명천 김권(1549~1622) 모두 일곱이다.

고운 최치원의 숨결이 고스란히 품고 있는 무성서원은 정읍의 정신적, 문화사적 큰 자산이다.

이와 관련 시는 진즉부터 무성서원을 중심으로 호남 선비정신 수련과 풍류 문화를 배우고 계승·발전시켜 나갈 거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선비문화수련원 건립을 추진해왔다.

선비수련원은 무성서원 인근 4만2천492㎡ 부지에 조성해 선비문화수련과 체험, 교육을 통해 윤리위식을 높이고 인성 함양에 도움을 주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유진섭 시장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무성서원과 지역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 생태, 예술, 유산 등 가치 있는 지역자원을 연계해 무성서원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고 지역문화관광 산업에도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밝혔다./정읍=정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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