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전북은 판소리의 중심이었다.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이태근) 창극단 기획공연 2019 소리열전 화룡점정(畵龍點睛)이 22일 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지난 20일부터 전주한옥마을 소리문화관에서 열린 소리열전에는 조통달 창극단장을 비롯해서 26명의 창극단원이 모두 참여했다.
  첫날 천희심 명창을 시작으로 마지막 날 김세미 명창까지 하루 9명의 단원들이 자신들이 두 달 동안 준비한 판소리 대목을 선보였다.
  특히 이번 소리열전은 같은 판소리 대목이지만 유파가 다른 명창들의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드문 기회.
  흥보가중 흥보 박타는 대목을 불렀던 천희심 명창은 이난초 선생 강도근제를, 역시 같은 흥보 박타는 대목을 불렀던 김세미 명창은 오정숙 선생 동초제를 들려줘 관객들의 귀를 호강시켰다.
  춘향가중 동헌경사 대목도 조통달 단장(임방울 선생 임방울제), 최삼순(이일주 선생 동초제), 박영순(김영자 선생 김세종제)이 색깔이 다른 바디의 특성을 잘 살렸다.
  심청가중 황성 올라가는 대목도 한단영(박춘맹 선생 강산제)과 박추우(조소녀 선생 동초제)의 맛이 다른 소리를 즐길 수 있었다.
  단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12분에서 15분 정도의 시간 안에 소리 공력을 보여주기 위해 혼신을 다했으며 일부 단원들은 시간을 넘겨가며 자신의 장점을 보여줬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소리열전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먼저 단원들의 소리가 지난해 공연보다 한 두 단계씩 성장했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었다.
  첫 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던 단원들이 소리열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연습을 통해 기량이 상승했다는 평이다.
  개인적 역량을 평가하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단원들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이 수준 높은 공연을 만들어 냈다.
  특히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판소리 본고장 전북의 힘을 떨칠 수 있는 확장된 기획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국악인 A씨는 “두 차례 소리열전의 성공은 ‘제대로 된’ 판소리 공연에 대한 갈증이 컸음을 반증한다. 이런 기획이 도립국악원 뿐 아니라 다른 국공립 기관에서도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국악인 B씨는 “전북도립국악원이니까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창극단의 저력을 확인 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작은 실수나 의욕이 지나친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공연 수준에 대해서는 ‘최고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국악인 C씨도 “모든 단원들이 같은 조건에서 소리를 한바탕 펼치는 이번 같은 기획은 전국 최초로 알고 있다. 창극단원들은 모두 최고의 명창들이지만 창극에서는 배역 비중이 달라 제대로 소리 듣기가 쉽지 않았던 아쉬움을 모두 털어낸 자리였다”고 했다.
  또한 “단원들 서로가 비교 평가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만큼 공연을 앞두고 많은 심적 압박을 받았다”고 부담감을 숨기지 않은 단원들도 있지만 “하지만 공연장에서 평가 받는 것 또한 소리꾼의 숙명이기에 열심히 준비했다”는 단원들도 있었다.
  류상록 공연기획실장은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하면 서운해 할 국내 최고 수준의 단원들의 소리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는 그 자체로 성공적인 공연이다. 공연에 대해 부담감을 갖는 단원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과 단체가 함께 발전하고 소리 본고장의 명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데는 매우 유용한 공연이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조통달 창극단장도 “지난해 첫 공연과 비교해서 단원들의 기량이 일취월장한 것을 확인 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특히 두 해 연속 이어진 소리열전을 통해 전북이 판소리의 본 고장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도립국악원이 우리나라 판소리의 중심임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은 단원들의 높은 기량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전북이 우리나라 판소리의 중심임을 확인할 수 있는 소리열전이 도립 창극단의 대표 공연으로 자리잡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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