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주기전대학 교수

 

평소 존경하는 어느 교수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상산고에 대한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데 같이하자고.  그 이후 그분과 만나며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많이 가졌다. 그 교수님께서는 ‘수월성’ 교육을 이야기 하셨다. 수월성(Excellence) 교육이란 한마디로 학생을 뛰어나게 만드는 교육이다. 그렇다면 수월성 교육이란 우리사회 모든 교육기관이 지향해야하는 것임에는 분명하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수월성 교육이란 결국 서울에 있는 이름 있는 대학에 많이 넣을 수 있도록 하는 것 혹은 외국에 우수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고등학교를 지칭하는 의미로 뜻이 바꿔버렸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들은 우습게도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등을 ‘수월성 교육 학교’로 받아들이고 있다. 혹자는 더 나아가 4차 산업 혁명이나 미래를 이끄는 인재를 위해서는 수월성 교육은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 자사고나 외고 등 특목고를 없애는 것은 과거로 후퇴하는 것이라 한다.
  정말 그런가? 고등학교 입시 서열화를 지우기 위한 공교육 강화 즉 특수목적 고등학교들을 일반 고등학교로 전환하는 것이 과거로의 회귀, 미래를 읽지 못하는 우매하고 바보스러운 짓인가?
  개인적으로 수월성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수월성 교육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헌법 제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교육법 81조에는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신앙, 성별,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등에 의한 차별 없이 그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학교를 설치한다’고 되어 있다. 결국 헌법과 교육법 모두 기회 균등의 평등교육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능력에 따른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어 수월성 교육의 법적 근거를 내포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19조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 단체는 학문, 예술, 또는 체육 등의 분야에서 재능이 뛰어난 자의 교육에 관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렇듯 분명히 어느 분야에 뛰어난 인재를 위한 수월성 교육의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수월성 교육이 진짜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1972년 고교평준화 제도가 시행될 당시 많은 사람들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박탈하여 교육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겠지만 결국 학교 교육이 하향평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들 하며 염려하였다. 47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염려가 얼마나 무의미 한지 여기에서 논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1972년 전 명문고 망령에 사로잡힌 이들은 여전히 보편성 교육을 불편해라하며 출신학교를 따지곤 한다.
  보편성 교육이 수월성 교육의 반대인 평균교육이 아니듯이 수월성 교육은 보편성 교육의 반대인 특수 목적 교육이 아니다. 교육의 보편성과 수월성은 개인, 학교, 지역, 국가 차원의 교육 설계와 제도 운용에 있어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국가 사회적 관점에서 특목고 및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는 더 이상 보편성 교육과 수월성 교육을 양극단에 놓고 벌이는 정치적 싸움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1972년의 망령에서 벗어나 2019년을 사는 사람들답게 특목고와 자사고의 변질된 수월성 교육을 바로잡고 보편성 교육을 강화할 방안을 찾아야 하고, 일반고의 보편성 교육을 공고히 하면서 부족한 수월성 교육을 특성에 맞게 강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명문대 입학을 수월성 교육으로 과대 포장된 자사고는 우리사회에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그러니 상산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것은 큰일 날 일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차원에서 바른 방향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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