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숙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전주 팔복예술공장에서는 6월 7일부터 ‘수직의 안팎에서’라는 주제로 야외와 옥상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주의 중견 예술인과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는 예술인들 7인의 특별한 작품이 관객을 맞이한다. ‘7인의 사무라이’가 아니라 2019년 전주의 ‘7인의 예술인’이 팔복예술공장이 지향하는 현대적 실험성을 실현하는 역작을 설치하였다.
갇혀진 한 벽면이나 한 공간이 아니라 1층에서 2층으로 단층의 경계를 넘어 날아가는 듯한 전시, 카페 써니의 외벽 상단에 설치된 전통과 현대를 이야기해주는 조각들, 분홍빛이 선연한 옥상 전망대 내부에서 밖을 내려다보는 압도적인 설치 작품들이 사람의 시선에 무심한 듯 그러나 시선을 받기를 고대하며 대기하고 있다.
특히 예술만의 단독 호흡이 아니라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도록 인내하는 협업적 실험들도 배치되고 있다. 옥상의 여기저기에는 식물들의 ‘초록초록’한 움직임이 예술혼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하늘을 향해 미끄러져 올라가기도 하고, 땅의 옆면으로 퍼지기도 하며, 철선으로 형성된 초인의 조각을 채워나가기 위한 몸짓을 시작했고, 옥상방의 정갈한 음률과 같은 선을 타고 혹은 선과 함께 초록의 리듬으로 유연한 세계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수조 밑과 수조의 울타리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실험이 행해지고 있다. 이 작품들은 지금부터 사계절을 옥상에서 견뎌낼 것이고, 관람객의 눈길과 마음에 수시로 빛을 전달할 것이다.
이제 팔복예술공장은 전주시에 경제적인 먹거리를 제공하면서, 전주시민들의 생명력을 유지해온 산업역군으로서의 이름표를 문화공원으로 바꾸어 달게 된다. 작년 3월에 부분 개관하였고, 금년 9월 말에는 ‘꿈꾸는 예술놀이터’와 함께 완전 개관을 하게 된다. 꿈꾸는 예술놀이터에서 피어오를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온다. 아이들과 가족들이 쉴 수 있는 식당도 한켠에 만들어지고 있어서, 명실공히 놀고 쉴 수 있는 완성형 복합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압축적인 현대사의 질곡을 넘어오면서 때로는 예술도 마치 명예로운 그 어떤 목표처럼 인식하여 국제적인 상을 받아야 인정하는 분위기를 탈피하지 못해온 편이다. 예술이 인간의 고유한 정신과 영혼을 담은 창의적인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왜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예술이 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설왕설래중이다. 때로는 예술인을 존중하면서 때로는 예술인이 없어도 살아질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착각이 분명한 이유는 각자가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수평적인 관계가 추앙된다. 민주적이고 평등하고 결국은 인간을 인간으로 서로 존중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수직적인 관계는 한 쪽은 지배적이고 다른 한 쪽은 의존적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의존적인 대상은 모독과 굴종과 무력한 삶을 영위해야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수시로 수직적이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해나갈 때는 인간이 지배자이지만, 자연의 물리력 앞에서는 인간이 극히 무력한 존재가 된다. 세계 속에서 인간이 성취한 모든 것들이 자연 앞에서는 한줌의 모래 같을 수 있다는 것을 수시로 잊고 산다. 이번 팔복예술공장의 전시를 통해 우리 모두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새롭게 느끼고, 우리들의 수평적인 관계도 형식적인 수평인지 진정한 수평인지 다시 한번 고찰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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