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대비,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오피니언l승인2019.06.11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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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 국가를 세운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에 대한 열망이 컸다. 서복이라는 사람에게 수천명을 이끌고 동쪽 바다를 건너 불로초를 찾아오도록 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당대 최고의 권력자에게도 장수(長壽)는 간절히 바라던 소원이었다. 하지만, 진시황제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젊은 나이인 49세에 생을 마감하여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시황제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은 각각 79.7세와 85.7세이다. 지난 몇십 년간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평균수명은 빠르게 늘고 있다. 1970년에는 기대수명이 남성 58.7세, 여성 65.8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50년만에 20년을 더 살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즉 ‘인간 수명 100세 시대’도 멀지 않아 보인다.
진시황제가 염원하던 장수의 꿈은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누리는 것이 되었지만, 늘어난 인생에 대비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아직 크게 미흡해 보인다. 공식 은퇴 나이는 60세이지만, 40~50대에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일과 소득 없이 30년 이상을 살아가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예전처럼 자녀들에게 노후를 의존하기도 어렵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부모 부양을 누가 담당할 것인냐’는 물음에 ‘가족’이라고 답한 비율이 2002년에 70.7%에 달했으나, 2018년에는 26.7%에 불과했다.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국민들의 노후 생활이 불안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5.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삶이 연장되는 축복을 받았지만, 동시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자칫 빈곤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리스크도 커진 셈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후를 설계하는데 있어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재취업, 부동산 투자, 건강 관리 등 각자의 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대비할 수 있다. 다만, 기본적인 몇 가지 사항은 미리 챙겨둘 필요가 있다.
먼저, 은퇴한 이후에도 매달 일정한 금액을 손에 쥘 수 있도록 연금 제도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연금 제도는 국민연금과 함께 개인연금, 퇴직연금이 차례로 도입되어 3층 보장체계 구조를 이룬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기초적인 생활을 보장해 주는 사회보장제도로 반드시 가입하여 유지해야 한다. 다만, 국민연금 수령액은 노후 생활에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노후 최소 생활비는 부부 176만원, 개인 108만원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평균 20%대에 불과하고, 국민연금 수급자의 75%가 월 50만원 미만의 연금을 받는 실정이다. 국민연금 이외에도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이 추가로 필요한 이유이다.
근로자의 경우 퇴직연금에 가입한다. 중도 인출은 신중을 기해야 하고, 장기간 운용한 뒤 은퇴 이후에 일시불이 아닌 연금 형태로 받는 것이 세금 면에서 유리하다. 특히,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의 경우 연금으로 운용하는 금융상품의 특성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금융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나 연금 수익률을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세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이나 연금보험과 같은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한다면 든든한 노후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내 연금조회?를 활용하여 여러분께서 가입한 연금의 종류와 예상 연금 지급액이 얼마인지부터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계획을 세워 나가시기를 바란다.
또한, 노년에는 모아둔 재산을 한꺼번에 잃지 않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가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만큼 젊은 시절부터 보험상품을 활용하여 노후 질병 등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고수익을 노리는 무리한 투자는 피하고,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사기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삼여(三餘)’라는 말이 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세 가지 여유로움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하루 중에는 저녁에, 일년 중에는 겨울에, 일생에 있어서는 노년에 여유가 있어야 풍요롭고 편안한 삶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노후 준비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노년을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피할 수는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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