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 대학들이 교육부의 ‘강사제도 운영매뉴얼’과 관련, 대학을 평가와 재정으로 압박하면서 정작 예산 지원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8월 1일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국무회의에서 4일 강사법(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 의결했다.

교육부는 ‘대학 강사제도 운영매뉴얼’을 확정했다. 강사 대량해고를 막고 해당법을 안착시킨다는 취지로 이달부터 강사 고용현황을 조사한다.

무엇보다 2021년 시행 예정인 다음 대학기본역량진단에 ‘강의 규모 적절성’ 지표를 강화한다.

대학 및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핵심 성과지표엔 ‘총 강좌 수’, 세부지표에 ‘강사 담당학점’을 반영한다.

올해 2학기 겨울방학 임금의 경우 2주 기준으로 288억 원을 제공한다. 강사 고용변동이나 비전임교원 중 강사 비중으로 대학별 달리 전달한다.

방학 중 임금 기간을 한 학기 2주로 정한 건 강의계획 수립 1주, 종강 뒤 성적처리 1주 등 통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고 봤기 때문. 퇴직금 지원 예산도 확보한다.

국립대는 국립대 육성사업 예산을 강사 역량 강화와 연구지원에 집행 가능하다. 혁신지원사업 예산은 강사 근무환경 개선에 쓸 수 있다.

도내 대학들은 우려를 표한다. 평가로, 예산으로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ㄱ대학 관계자는 “그렇잖아도 정부가 재정지원사업을 평가와 연계해 대학 재량권을 구속하는데 강사법마저 이런 식으로 운영하다니 안타깝다”며 “대학을 교육부 돈으로 컨트롤하는 것밖에 더 되나”라고 언급했다.

ㄴ대학 관계자도 “행정편의주의다. 빠르게 적용할 생각만 했지 대학 현실이나 분위기는 잘 모르는 거 같다. 하지만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가 여러 지원이나 사업에 영향을 미치니 따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재정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판은 정부가 벌여놓고 책임은 대학에 떠넘기는 꼴이라고 덧붙인다.

ㄷ대학 관계자는 “강사법 실시로 예산부담이 크게 늘 걸로 보인다. 등록금도 오르지 않는데 우리가 거의 감당해야 한다면 큰 무리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교육부가 방학 중 임금을 지원하고 그마저도 차등배부한다고 해 우리 대학이 얼마나 확보할 지 미지수다. 퇴직금도 어떤 식으로 얼마를 받을 지 모호하다”고 했다.

국립대는 이미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국립대 육성사업 비용 일부를 강사 관련해 쓰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사립대는 지원받지 못하면 대책이 없다고 밝힌다.

대학 관계자들은 좋은 취지를 실현할,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이제라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강사 신분과 급여수준 보장 당연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대학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부작용이 크다. 강사들마저 환영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나”라며 “무리하게 적용하기 앞서 인식 개선, 예산 확충 등 강사법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밑바탕부터 마련해달라. 그렇게 해야만 법 의도를 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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