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한 모금 ‘향으로’ 두 모금 ‘맛으로’ 세모금 건강이 활짝 꽃핀다

<성장하는 전북농가 가공업-‘선운산 야생꽃차’ 이탄우 대표>야생화 조경 가업서 꽃차 분야 새 길 열어 목련꽃차 등 20여종 생산 홍민희 기자l승인2019.06.04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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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 이라는 시 한구절과 잘 어울리는 차가 있다.
작고 투명한 유리주전자에 따뜻한 김이 나는 온수를 따르고 나니 미리 넣어둔 건조차는 말갛게 갠 얼굴로 다시 피어났다.
찻잔에 담긴 꽃, 바로 꽃차다. 꽃향이 코를 한번 간지럽히고, 목으로 꿀꺽 넘어가면서 온 몸에 꽃기운이 퍼진다.
대용차의 일종인 꽃차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로 외국에서 수입한 카모마일, 재스민, 마리골드 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정서에 맞는 은은한 향의 꽃차가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구름 속 상서로운 기운이 감도는 선운산에서 야생 꽃차를 생산하고 있는 이탄우(38세) 선운산 야생꽃차 대표는 이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실력자다.
고창군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농업회사법인 선운산 야생 꽃차'에서 청년 CEO 이탄우 대표를 만나봤다.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깔끔하고 반듯한 인상의 이 대표는 꽃처럼 고운 아내와 함께 꽃차 작업에 한창이었다.
8년 전, 취업준비생 시절을 겪으며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일이 녹록치 않음을 알게 되며 장래를 고민하게 됐다.
고창에서 20여 년 째 야생화 조경업을 일궈온 부모님의 부름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부모님의 일손을 거들어 드리기 위해 왔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엔 쑥쓰러우면서도 당연히 자식된 도리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담담함이 담겨있었다.
그러다 꽃차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의 권유로 조경업이 아닌 꽃차 사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미 부모님이 오랫동안 가꿔온 10만평 규모의 인프라는 그에게 든든한 자원이 됐다.
하지만 꽃차 산업은 만만히 볼 것이 아니었다. 품질검사기준이 까다롭게 적용되는 만큼 미세한 양의 농약도 검출되선 안됐다.
그래서 밭 농사를 모두 접고 이곳의 꽃을 청정지역인 선운산으로 모두 옮겨 심었다. 먼 훗날 식물원을 열고 싶어 아버지가 마련해 둔 산자락 터가 없었더라면 꽃차 생산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부모님의 선견지명이 이 대표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업이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꽃차는 이미 수입산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중국산 화차는 가격면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저렴했다.
"주변 분들도 모두 걱정하셨어요. 그 넓은 밭을 꽃만 지어서는 먹고 살 수 없다며, 돈이 되는 작물로 바꾸라고 조언해주셨지요."
하지만 그는 확고했다. 꽃차가 분명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꽃과 평생을 함께 해 온 부모님을 곁에서 지켜보며 성장한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초보 창업자에게 가장 힘든 점은 뭐니뭐니해도 판로 확보다. 이 대표도 판로 확보를 가장 고민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 손에 닿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욕심 있고 열정 넘치는 젊은 창업자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곳은 전라북도 농업기술원이었다.
6차산업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꽃차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농업기술원의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꽃 건조기 등을 지원받기도 했다.
그 덕분에 백화점 시장도 개척하고 코레일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이 대표의 표정엔 당당함이 새겨졌다.
이 대표 스스로 만들어낸 판로도 있다. 바로 전주한옥마을. 오로지 명함 하나만 가지고 천만 관광객이 드나드는 한옥마을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물론 비싼 가격 탓인지 모두들 설명을 듣기도 전에 거절했단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순 없었다.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금요일부터 주말까지만 매대를 설치하고 대신 판매액의 50%를 넘기겠다고 한 것.
솔깃한 제안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한 상가에서 손을 내밀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뻔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관광상품에 질린 관광객들에게 선연한 빛깔의 향기로운 꽃차는 한옥마을에서 꼭 만나고 싶었던 제품이었던 것이다.
한 고객은 이 대표가 만든 꽃차를 마시고 건강이 개선됐다며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다. 꽃차 산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 본 계기가 됐다.
"간혹 힘든 순간들이 올 때가 있지만 그 손님을 떠올리면 결코 게을러질 수 없었습니다. 기호식품인 꽃차가 누군가에겐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죠."
현재 이 대표가 다루고 있는 꽃차는 비매품 까지 하면 스무 종류가 넘는다. 계절별로 벛꽃과 목련, 해당화 등 이름만 들어도 향기가 감돈다.
특히 가장 반응이 좋은 꽃은 목련차다. 최근 미세먼지 등 유해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기관지에 좋은 목련차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 했다.
꽃차는 잎차와 달리 꽃의 성질에 따라 찌거나 덖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미묘한 차이만으로도 맛이 확 바뀌기 때문에 차맛의 균질성을 위해 알러지가 생기면서까지 꽃에 파뭍혀 지냈단다.
조금이라도 습기가 제거되지 않으면 몇백만 원 치의 꽃을 버려야 하기도 해서 작업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사람의 손을 일일히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가장 큰 지출 중에 하나인데 이 대표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소일거리를 만들어 주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 일은 저 혼자 잘나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내 일처럼 생각해주시는 어르신들이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는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일당도 남들보다 더 챙겨드리며 마음 쓰려고 합니다."
이제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자기 혼자만의 성공이 아닌 '더불어' 성장하는 성공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경쟁력제고사업에 선정되거나 청년벤처스 등의 모임을 적극적으로 나서는덴 이유가 있다. 바로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갈 후배들을 위해서다.
일부러라도 후배 영농인들을 많이 만난다는 그는 늘 해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농업이 예전처럼 품만 많이 들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걸 말해줘요.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밀어붙일 의지만 있다면 지자체를 통해서 각종 지원혜택들을 받아 승부를 볼 수 있거든요. 그런 각오를 가진 후배 영농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업(家業)을 넘어 대업(大業)을 향해가는 꽃차가 그의 이름처럼 '탄탄대로'를 걸어갈 수 있길 기원해본다. 문의: 선운산야생꽃차주식회사(063-564-5000), 홈페이지(www.sunwoontea.com) /홍민희기자·minihong2503@


홍민희 기자  minihong25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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