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보는 기업들이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1조원을 조성해 농어촌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2017년 도입됐다.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 등의 지원에 관한 법률' 등 3개 법률에 근거해 거창하게 출발했는데, 실제 조성금은 2017년 309억 원, 2018년 231억 원 등이다. 올해는 5월 초까지 3억여 원만이 출연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15개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상생기금 출연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이렇게 모인 출연금이 특정지역과 특정사업에만 쓰인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출연자는 자신이 기탁한 금액을 어디에 무슨 용도로 쓸 것인지를 일일이 지정할 수 있다. 이에 그동안 모인 출연금 545억 원 중 540억 원이 출연기업의 입맛대로 사용되는 상황이다. 실제 충남 태안에 본사를 둔 한국서부발전의 상생기금사업은 지금까지 25건 중 23건이 태안에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역에 튼튼한 기업이 없으면 농어민들은 상생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생기금이 지역 간 형평을 고려해 배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다행히 전북지역 국회의원이 정부가 직접 상생기금을 출연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FTA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상생기금 조성금이 부족할 경우 정부가 이를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6개월마다 국회에 그 결과를 보고할 것과 각 기업 등은 출연금의 50%까지만 용도와 사업을 임의로 지정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 국회의원은 정부가 기업을 압박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제혜택과 우대정책 강화 등 기업들이 출연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유인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음도 강조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FTA로 인해 이득을 보게 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생긴 농어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기금이다. 정부가 강압적인 무역이득 공유제 대신 기업들의 자율적 참여를 주장했다면, 이제 정부에게 부족한 부분을 마련할 책임이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 피해를 보는 농어촌이 형평성 있게 상생기금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데도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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